"나 헬스장 끊었다! 마음 헬스장"

4층 사람들 14. 왈이의마음단련장 김지언, 노영은 님

이선재 · 2019년 03월 01일

아침 출근길 표정을 바꾼다는 미션으로 ‘왈이의 아침식땅' 콘텐츠를 만들고 아침밥 서비스를 시도했던 왈 팀이 최근 이태원 근처 소월로에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 이름은 ‘왈이의 마음단련장’. 강아지 왈이가 고민 상담을 해주고, 평일 아침에는 ‘명상 대신 멍상', 주중과 주말 저녁마다 그림일기나 요가, 죽음 워크숍 등 다양한 클래스가 열리는 공간이다.

"우리가 '나 이번에 헬스장 끊었어’ 아무렇지 않게 말하듯이,
마음을 챙기는 일도 일상적인 문화가 되면 좋겠어요."

왈 팀은 마음단련장을 통해 사람들이 자기 마음을 돌보는 일을 멋지고, 평범하며, 일상적인 것으로 느끼게끔 경험을 설계하고 있다. '마음 건강을 위해 (꾸준히) 돈을 쓴다'는 개념이 아직은 생소하고, 마음을 챙기는 것은 질환을 앓고 있거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월로에 있는 ‘왈이네 마음단련장'에 가보면, 이곳이 대단한 이유나 목적이 있어야만 어렵게 오는 공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무해한 환경에서 잠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서로 보듬어주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공간. 왈팀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상 속 템플스테이'의 느낌에 가깝다.

잔뜩 힘을 주고 빠르게 가는 것이 아니라 내 호흡을 해치지 않고 오래 달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는 두 사람. 열네 번째 4층 사람들에는 꾸준히 용기 내며 살고 있는 '왈'팀의 두 사람, 지언 님과 영은 님의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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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언 님(이하 '김')과 노영은 님(이하 '노')


원래는 왈이의 아침식땅을 운영하시다가 지금의 ‘마음단련장’을 새롭게 시작하셨죠. 그 둘은 어떻게 다른지, 재개업(?)을 하신 이유가 있는지 들려주세요.

'왈이의 아침식땅'으로 창업을 하면서 100개 정도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근데 그러는 동안 저희 마음 속에 계속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어요. "이 출근길 콘텐츠로 사람들 표정이 정말 바뀌고 있나?" 그 질문에 저희가 강한 긍정을 할 수 없겠는 거예요. 우리는 사람들 출근길 표정을 바꾸기 위해 콘텐츠도 발행하고 아침밥도 배달해보고, 수많은 기획도 해보고. ‘야로 시작하는 말’이나 편지도 보내 보고. 그런데 콘텐츠로 마음을 다루는 이야기를 전하는 것으로 실제 그 사람들 표정이 바뀔까? 그게 되게 의문스러웠어요.

콘텐츠를 100회 정도 발행했을 때가 한 1년 정도 지나 있을 때였는데, 그때 그냥 저희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었어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안 나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거 아닐까? 그 사이에 팀원들도 조금씩 바뀌게 되고, 그러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브레이크가 걸렸죠. 힘든 시기였어요. 풀리지 않는 의문이 온몸에 퍼져 있었고, 그걸 감당할 에너지도 소진되었던 때였거든요.

그러면서 저희의 마음 건강이 되게 안 좋아진 거예요. 둘다 병원에 다니고 상담도 받고, 그러면서 차차 '아, 마음 건강이라는 게 내가 직접적인 행동을 해야만 변화가 있는 분야구나' 알게 되었어요. 물론 우리가 만들어온 콘텐츠가 독자들의 일상에 아무런 변화도 안 줬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마음 건강이라는 건 더 친밀하게, 직접 눈을 마주치고, 살갗을 대는 그런 형태의 서비스여야 되는구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어요.

왈이의 아침식땅과 지금 마음단련장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음, 다르다기 보다는 저희가 풀고 싶은 문제가 좀더 구체화 된 거죠. 처음 저희가 잡았던 '출근길 표정'이라는 키워드는 어찌 보면 추상적이고 거대했달까요. 그런데 사실 우리가 진짜 풀고 싶었던 문제는 ‘마음 건강’이었구나. 사람들이 마음 건강이 안 좋으니까 출근길 표정이 안 좋은 건데-

누가 봤을 때는 저희가 1년 동안 이미 마음 건강 콘텐츠를 만들어 온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그 시기를 거쳐 꽤 명확하게 정리되는 기분이었어요.

그 후에는 '그래, 우리 서비스가 10,000명에게 가닿지는 못하더라도, 100명에게 가닿더라도 그 사람들의 출근길 표정을 실제로 바꿔낼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자.' 그런 마음으로 새로 시작하게 됐어요. 다르다면 다른 거죠.


그 시기에 본질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상황이 저희에게 많이 생겼던 것 같아요. 우리가 왜 사업을 하지? 우리가 왜 자꾸 이런 목소리를 세상에 내려고 하지? 너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뭐야? 왜냐하면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유니콘이 돼야 해’ ‘스타트업 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식의 사고를 많이 하게 되는데, 그런 말들, 그런 환경 속에서 저희 마음이 좋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너 일하면서 마음이 어때?’ ‘우리 그런데 일하면서 이렇게 불행하면 안 되지 않을까?’ 그런 식으로 계속 대화를 하다 보니 저희가 진짜 풀고 싶은 문제가 조금씩, 화석을 붓질 하듯 천천히 드러나더라고요.

왈이의 마음단련장이라는 이름은 예솔이가 지어줬어요. 그래서 이름을 부를 때마다 늘 같이 있는 것 같아서 좋아요. 이름이 너무 좋다고 예솔이에게 말 했더니 또 '고마워' 하지 않고, 엄청 개구지고 장난스럽게 ‘아 이거 이거 문제가 있다. 초반에 저작권 이슈를 확실히 해둬야 했다’고 말하더라고요. 역시 우리 막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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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이의 아침식땅을 함께 시작해 지금은 상암동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예솔님


작년에 생계의 문제, 경제적인 압박이 생기고 나니까 이제 더이상 ‘스타트업 빨’이랄까, 안일하다면 안일한 마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시점이 온 거예요. 정말 진지하게 ‘이 일을 얼마나 하고 싶지?’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에 대한 답이 명확해야만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시기가 여느 팀처럼 저희에게도 왔던 거죠. 근데 엄청 힘든 와중에도 이게 끝은 아니라는 생각, 뭔가 더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전, 새로움, 스타트업 같은 키워드에 저희가 포함되지 않더라도, 재정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쪼들리는 상황이 되더라도 계속 해야 할 것 같고, 아직 그만둘 때는 아니고, 이제 시작이고 이런 마음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 힘들어 죽겠는데도 ‘그래도 하는 게 맞는 것 같아’라고, 직감적으로 해야 하는 걸 알았어요.

그때부터는 시장의 구멍을 찾아야 하니까 다시 열심히 시동을 걸었죠. 어쨌든 우리가 마음 건강이라는 걸로 문제를 좁혔고 거긴 시장이 있고, 그 안에서 우리가 해야 할 몫은 뭘까? 다방면으로 조사를 하며 조금씩 조금씩 찾았어요. 그리고 저희가 그 시기에 운이 좋게도 상담사 분과 옆에서 일할 기회를 얻으면서, 그 분에게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감정적으로도 그렇고 이 일을 찾아가게 하는 과정에서도 되게 큰 영향을 끼치셨어요. 저희가 궁금한 것을 여쭤보기도 하고, 그 분도 저희를 보면서 상담사로만 일할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시고. 서로 브레인스토밍 하기도 하고. 말하자면 'MVP'를 확인하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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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단련장에 오셔서 '그런데 왈이는 누구에요?'라고 묻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왈이’라는 강아지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제가 대학생 때 그림을 그렸었거든요. 저는 '예쁜 그림'을 안 좋아하고 원래 되게 전위적이고 텅 비어있고 이런 느낌을 좋아했어요. 근데, 어느 날은 그런 제가 우연히 비즈 마켓에 갔다가 뭔가에 홀린 듯이 비즈를 엄청 산 거예요. 근데 제 기존 스타일이랑 다르니 그 비즈를 도무지 쓸 데가 없는 거예요. 그러다가 우연히 한 수업을 듣다가, ‘아 지금이 뭔가 예쁘고 귀여운 뭔가를 해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싶어서 강아지를 우연히 그렸어요. 근데 그리고 나니 그 강아지가 되게 마음에 드는 거예요. 비즈를 붙여 그 강아지를 완성하고 나니 친구들이 그 강아지가 너무 좋다면서 자기 신발에 그려달라고 하고, 옷에 그려달라는 친구도 있고, 굿즈 같은 걸 만들어서 팔기도 하고 그랬어요. 반스 신발에 그려서.

그 왈이가 지금 왈이의 전신인데, 개 종류가 달라요. 걔는 약간 마르고 닥스훈트 같은 느낌이고 지금은 푸들이죠. 근데 저희가 문장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하면서, 기획 단계에서 우리끼리 시집 찍어서 주고받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랑 공유를 하자 플러스 친구는 공짜래 해서 팠거든요. 근데 이름을 뭐로 하지? 하다가 어쨌든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을 소개하는 서비스니까 ‘ㅇㅇㅇ 왈’ 해서 ‘왈’ 어때? 해서 이름이 왈이가 된 거예요. 근데 이왕이면 ‘왈’이 강아지가 짖는 소리기도 하니까 강아지 캐릭터를 붙이자, 해서 강아지 ‘왈이’가 탄생한 거죠. 대학생 때 그린 그 왈이가 다시 살아난 거예요. 근데 당시 '대세'가 좀 뽀글한 애들 같아서 점점 뽀글하게 손을 대다가 지금의 전신이 뽀글뽀글한, 통통한 강아지 '왈이'가 되었죠.


지금까지 주로 어떤 분들이 왈이의 마음단련장을 찾아주셨는지 궁금해요. 어떤 게 필요해서, 혹은 어떤걸 기대하고 오시나요?

저희가 어쩌면 해드리는 게 없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그냥 있어주거든요. 그 자리에 그냥 있어주고, 그 분들은 그냥 얘기를 하러 오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비밀 상담소’ 운영해보니까. 그 말인 즉슨 참 사람들이 자기 얘기 할 데가 없구나. 근데 그 자기 얘기라 함은 비판이나 판단 받지 않고, 평가 받지 않는 상태로 자기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존재나 공간, 시간이 없구나. 그런 데에 목말라 있는 분들이 많이 오시죠. '내가 그런 게 너무 필요하구나'라고 느끼는 분들.

판단, 비판, 평가 받지 않고 온전하게 내 얘기를 털어놓을 존재를 가진 사람이 제 생각에 그렇게 많을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데 그게 문제라고 생각을 하고, 자기 마음 건강이 좋지 않음을 느끼고 돌보려 하는 분들이 여기까지 오시는 것 같아요.

저희가 원래 콘텐츠를 만들 때는 약간 취업준비생이나 사회초년생의 마음 건강을 다뤘는데, 유료 서비스를 하게 되면서 연령대가 높아져서 지금은 38살이신 분도 찾아주셨어요. 저희가 ‘드디어 30대가 왔다!’ 할 정도로 연령층이 전반적으로 올라가고, 또 범위가 넓어졌어요.

정리하자면, 2535 여성 분들이 제일 많이 오세요. 지금까지 저희가 프로그램을 최소 10개 열었는데, 그러면 한 6명씩 왔다고 해도 60분이 오신 건데 남자가 1명이었어요. 비밀상담소까지 합하면 2명이니까 여성 분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오신 셈이죠. 그래서 앞으로는 남성도 말할 곳이 분명 필요할 것 같은데, 아빠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한 번 기획해볼까? 생각해보고 있어요.

스트레스 시장은 엄청 크잖아요. 스트레스 받는 사람도 엄청 많고. 근데 문제는 '내가 스트레스를 이렇게 심하게 받고 있구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분들이 다 떨어져 나가고, 이걸 인지하고 있다고 해도 이런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음을 알거나 믿는 사람도 소수고. 이런 식으로 줄어들다 보니까 아직 저희의 현재 고객 규모는 되게 작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만 하더라도 작년까지는 ‘마음 회복이 문제 해결에 무조건 선행한다'는 말을 약간 좀 ‘그렇진 않은 것 같은데’하는 마음으로 바라봤거든요. 근데 직접 경험하고 나니까 너무 알게 됐어요. 지금은 '그게 무조건 맞아'라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아직은 마음보다는 문제 해결이 먼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오시는 분들을 보면 진짜 절박할 때 비로소 오시는 것 같거든요. 그렇지 않고서는 움직일 만큼의 동력이 안 생기는 것 같고. 근데, 저도 그랬어요. 그래서 "마음 단련"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었던 것도 이건 일상적으로 내가 몸 만들듯이 꾸준히 먼저 먼저 들여다봐주고, 삶의 한 부분으로 들여놓고. 이런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서 이름 지은 거거든요. 근데 지금은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하잖아요. 여전히 치료 중심이고, 예방은 전혀 하고 있지 않고.


질환 이전의 사람들이 많이 오시기는 하는데요. 병을 앓기 ‘직전’ 단계. 근데 저희는 그보다 훨씬 일상적인 단계에서 마음 단련장을 찾으시길 바라요. 우리가 ‘나 운동 끊었어, 헬스’ 아무렇지 않게 말하듯이 마음을 챙기는 일도 일상적인 문화로 정착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그게 좀 덜 고생할 수 있는 길인 것 같아요.
네, 근데 인식 바꾸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다들 첫 1회는 오세요, 편하게. 체험 형식으로. 근데 여기에 꾸준히 돈과 시간을 낸다는 게, 아직 생소하신 것 같아요. 저희 서비스 분야의 특수성이 좀 ‘질환자만 간다’ ‘내가 진짜 아프고 힘들어야만 간다’ 또 주변에는 잘 밝히지 않고. 저희는 이런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요.

네, 왜냐하면 저는 되게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내 마음을 돌보는 일. 예를 들어 자기 마음을 돌볼 수 있는 사람 한 명이 주위의 몇 사람을 살리기도 하잖아요. 회사에서 마음을 잘 돌볼 줄 아는 사람 한 명이 하는 일이 되게 큰데 그 가치를 인정받는 일이 드물잖아요. 그 한 사람이 사실 조직에서 정말 많은 사람의 퇴사를 막고 있고 그럴 수도 있는데. 그래서 이런 데 자기 마음을 챙기러 와도, 내가 비밀 상담을 받고 마음 건강을 돌보는 게 멋지고, EQ가 높고, 이런 프레임이 아니라 왠지 숨겨야 할 것 같은 일. 남들에게 드러내지는 말아야 할 것 같은 일. 이런 분위기가 여전히 있어서 확장을 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어요. 저희 의도가 아무리 마음 단련이어도 결과론적으로 사람들이 아직 받아들이는 것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니까. 에를 들면 오셔서 너무 즐거운 시간 보내고 가셔도 아 사진은 찍지 말아달라, 내가 여기 온 건 공개하지 말아달라 이런 분들이 정말 많으세요.

트레바리랑 완전 반대인 거죠.
네, 내가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 걸 드러내고 싶고 이런 페르소나가 아닌 거죠.
그런 분위기를 좀 바꿔내고 싶어요.
마음을 돌보는 일이 되게 중요한 일이고 멋있는 일이다.
그리고 사소한 거 좋아하는 사람들. 왈이 좋아하고 귀여운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강점의 순위 5위 안에 ‘감탄’이 많이 있는 거예요. 사소한 것에도 의미부여해주고 감탄해주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능력을 가진 분들. 저는 감탄이 5위 안에 있는 사람이 되게 부러워요. 전 감탄이 없거든요. 그 리드하시는 상담사 분도 ‘비슷한 분들이 오신 것 같다’고 말씀 하시더라고요.

저도 감동을 되게 잘 받아서 그걸 ‘감동력’이라고 불렀거든요. 괜히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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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실제로 사람을 만나고 대하는 일이잖아요.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나서 에너지를 나눈다는 게 직접 영향을 주고받는 성격의 일인 것 같고, 콘텐츠를 매개로 만날 때보다 훨씬 더 직접적인 느낌인데요. 이 방식은 어떠세요? 괜찮으신가요?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표면적으로 얘기하자면 얼굴이 바뀌어서 나가는 걸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아요. 표정을 바꾸는 게 저희가 하고 싶은 일이잖아요. 근데 여기 들어올 때 어색해하고 내가 여길 오다니, 그리고 또 지쳐 있고. 근데 3시간 동안 많은 얘기를 나누고 여기를 나설 때 전혀 달라진 표정을 볼 수 있다는 거. 그거 볼 때 우리 서비스가 잘 하고 있구나 칭찬 받는 것 같기도 하고, 저 정도면 우리 잘 하고 있다, 3명 얼굴 바꿨어, 오늘 잘 했어. 이게 참 좋아요.

반면 어려운 것은, 저희가 전공자가 아니고 ‘엄청난 관심자'라고 할까요. 그래서 상담을 할 때도 심리상담이라는 말을 하지 않고 고민 상담이라는 말을 써요. 전문의 영역이 아닌, 잘 들어주는 강아지로서 있는 것. 혹시나 내가 안 해야 할 말을 할까봐. 이건 삭제할 수가 없잖아요. 그 사람이 들었으니까. 그런 것들을 되게 경계해요. 상담하거나 프로그램 운영할 때도 최대한 그 사람이 말을 할 수 있도록 돕지, 내가 뭔가 ESC나 컨트롤 Z가 안되는 상황이니까 최대한 말을 아끼려고,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려고 노력해요. 우리가 이런 일을 계속 하려면 정말로 전문성을 쌓으면서 저희, 그리고 사람들 마음을 돌보는 게 좋지 않겠나 싶어요. 그런 게 지금으로서는 어려운 점이죠.

근데 확실히 두려움은 엄청 큰 것 같아요. 항상 불안한 마음이 있긴 있어요. 왜냐하면 엄청 큰 데미지잖아요. 마음이 잘 열지도 않은 사람들이 오시는데, 그 분들이 오셔서 ‘저는 친한 친구들한테도 이런 이야기 한 번도 안 해봤어요.’라고 하시면 깊은 한숨이 나오면서 (웃음) 부담감이 확 늘고. 그런데 그럴 때는 저희도 솔직하게 얘기해버려요. ‘지금 여기서 저희가 무슨 이야기를 할까, 보다는 무슨 이야기를 하지 말까를 더 고민하고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할까봐 그게 되게 두렵다’고 털어놔버려요. 저희끼리 항상 마음을 물어보거든요. 그러면 초입에 항상 그 얘기를 털어놔요. 근데 사람을 만날 때 어떤 목적으로 만나느냐에 따라 에너지를 쓸 수도 있고 받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훨씬 받아가는 쪽인 것 같아요.

신기한 게 지언님이 낮에는 일도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일 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들 많이 해야 하니 지쳐있단 말이에요. 근데 수업을 할 때 보면 눈이 갑자기 막 반짝반짝 거리면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와요. 근데 끝나면 또 시들지만 (웃음). 할 때만큼은 정말 본인이 즐겁고 신나서 하는 것 같다, 고 느꼈어요. 그때를 위해 평소에는 에너지를 저금하는 구나.


그럼에도 두 분의 사업을 하는 거니까 언뜻 생각하기에는 오래, 많이 일해야 할 것 같고, 현실적인 압박도 많을 것 같은데 이런 스트레스로부터 두 분을 어떻게 지키시는지 궁금해요.

저희가 뻔뻔해졌어요. 저희가 지금 가난의 끝? (웃음) 최저 생계비로 살고 있거든요. 외식은 일주일에 한 번 하고. 삼시세끼 다 여기에서 밥 해먹고. 엄마 집에 어쩌다 가면 별걸 다 싸들고 온단 말이에요. 소금이나 설탕도 싸오고. 심지어 냉동실에 있는 명란젓을 한 번 몰래 가져왔다가, 엄마가 여기 오셔서 냉장고 보시고는 '어머 너네도 이 명란 먹니?’하다가 걸려서 엄마가 되게 어이 없어 하신 적이 있을 정도거든요. 하하. 어떤 느낌이냐면, 사람이 이렇게도 살 수가 있구나. 근데 이게 되게 좋은 게, 이렇게 살아보니까 우선 살아지고요. 생각보다 행복해요. 물론, 솔직히 말하면 일주일은 되게 불행했어요. 처음 여기 이사왔는데 집 꼴이 꼴이 아니고, 내가 생각한 독립 생활은 이런 그림이 아니었는데 싶어서. 물론 저희 형편에 반포 자이는 아니더라도 (웃음)
소월 '빌라'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웃음)
네, 근데 와보니 전혀 다른 거죠. 처음에는 너무 막막한 거예요. 먼지도 너무 많고 쥐똥에 거미에. 그런데 재미있는 건 ‘돈이 없이 산다는 게 이런 거구나'해서 슬프고 힘들었던 게 딱 일주일 가더라고요. 그 후로 행복감이 확 치고 올라왔어요. 그래서 그 마음이 딱 일주일치 였다는 걸 알았어요. 제가 소월 빌라, 반포 자이에 살았어도 그 감동이 일주일 갔을 거라는 거죠. 그런 마음이 드니까 ‘이렇게 살아보는 게 용기를 준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돈은 없지만 다른 건 다 있어! 그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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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물론 엄마께서 엄청 도와주고 계신 거죠. 제가 엄마 집에서 가져온 걸 생각하면..어휴.. (웃음)
그쵸, 그거 다 현금화 하면 (웃음)
어머니 감사합니다. 왈이의 정신적 지주이자..
물질적 지주이신 것 같은데 (웃음)
네 (웃음) 물질적 지주이시자 부엌의 신
하지만 모든 건 트레이드 오프가 있잖아요. 공짜 점심은 없으니까. 집에 가면 항상 저희 사업에 대해서 피칭을 해야 해요. 왜냐하면 엄마가 너무 불안해하시는 거예요. 엄마가 보시기에 되게 짠한 가봐요. 근데 제가 계속 어떻게 앞으로 해나갈 것인지 말씀 드리죠.


저희가 사실 처음 1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는 돈 얘기를 열심히 안 했어요. 메디아티에서 투자를 받아서 통장 잔고가 있었고, 돈이 잘 안 떨어지고. 그때는 참 돈에 대한 개념이 없었죠. 근데 어느 날 보니까 돈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돈 얘기’를 원래 우리에게 되게 어려운 얘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꼭 필요한 얘기'라고 정의를 바꾸고, 우리 이번 달에 얼마 벌래? 몇 명 모아야 되니? 이런 이야기를 되게 껄끄럽지 않게 해요. 더 해야 해. 몇 명에게 더 도달해야 해. 이런 이야기를 더 가감없이 하고요. 뭔가 왈이의 미션을 알아주시는 분들이 초기에 도와주신 것도 크고요.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최저 생계비를 중심으로 계산하고 준비해보니까, 불안감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처음에 여기 들어오겠다고 했을 때는 ‘아 너무 무모한 거 아닌가? 통장 잔고가 이것 밖에 없는데, 여기에 들어와도 되나?’ 이런 고민을 짧지만 굵게 했거든요. 다른 고민도 많았고. 1월에 처음 들어올 때 어떤 맘이었냐면 3,4월에 공간을 다시 빼야 하더라도 들어간다, 는 마음으로 들어왔거든요. 근데 이렇게 해보니까 ‘아, 이렇게 벌면 되겠다'는 그림이 나오고, 어떻게 팔아야 된다는 넘버 계산을 해놓으니까 불안함이 사그라들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예전에는 이 일을 통해서 수익화도 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싶었으니까 여기에 리소스를 붓고 싶었어요. 여기에만. 그래서 성과를 내고 싶었어요. 근데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다 100m 달리기를 한다고 해도 우린 무조건 장거리구나’를 받아들여서, 지금 뛰고 있는 경기가 장거리니까 저렇게 뛰면 안 되구나. 여기에만 다 들이부어서 여기에서 성과를 거두는 것이 아니라, 이걸 오래도록 뛸 수 있게 기초체력을 마련하는 다른 것들도 함께 하자. 그래서 마음을 되게 연 상태예요. 예전에는 책도, 책을 만들면 좋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리소스는 어떡해? 이런 마음이었다면 올해는 제안이 들어오면 ‘해보지 뭐’ 이런 식인 거예요.

12월에 왈이 책이 나옵니다!
와아!
다양한 것들, 해보고 싶었던 것들 다 가능성 열어놓고 해보자. 그런 마음이에요.


근데 상황이 바뀌었다고 해서 그 스트레스의 무게가 다 사라지진 않거든요. 저희는 똑같아요. 여섯 명 있을 때나 두 명 있을 때나. 메디아티 있을 때나 공덕에 있을 때나 여기 이태원 있을 때나. 근데 저희 둘의 마음가짐이 좀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이거 무조건 성공시켜야 돼’ ‘이 사람들 나가게 하면 안돼' 그런 것에 집중했다면, 저는 그 질문을 듣고 제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은 저희 둘이 자주 얘기하는 건데 '일이 우리 마음을 침범하면, 우리는 이 일을 그만둘 수 있어. 왈이를 그만할 수 있어.’ 그런데 그 마음이 저희를 되게 편안하게 해요. 너가 너무 일이 매몰이 돼서 얼굴이 상기되고 잠도 못 자면 그건 뭔가가 바뀐 거야. 너가 불행한데 어떻게 마음건강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겠어? 우리가 행복한 게 무조건 우선이다. 그런 집착이랄까 그런 걸 좀 내려놓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스트레스 무게는 사실 어디 있으나 똑같아요.
무엇보다 우선 순위가 재정비 된 건 맞는 것 같아요. 무조건 사람이 먼저.
경계를 많이 해요. 우리 마음을 침범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예전에는 상황을 바꾸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면 이제는 '내 마음을 침범해? 내가 제일 소중한데’ 그러면서 ‘나 안 할게’ 거절도 하고.

그때는 우리의 주관이 확고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입장이라는 것도. 그러니까 사실 스타트업 만큼 개인의 에너지, 커밋먼트 이런 걸 노골적으로 강요하는 분야가 없잖아요. 아무리 대기업에 가도 사실 스타트업 만큼은 아니거든요. 저희는 처음에 그런 것들을 다 흡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 그렇게 살아야 하는 구나. 그런 말들을 충실하게 따라서 사는 게 잘 사는 거라고 너무 굳게 믿었던 것 같아요. 근데 결과론적으로는 그런 말들이 저희의 마음 건강을 많이 위협했었죠.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뀐 게 꼭 모든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되어야 하나? 유니콘이 되고 싶지 않으면, 그런 바이블을 따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이런 레퍼런스가 많아졌음 좋겠다, 작년에 그렇게 생각했어요. 다양한 모양으로 잘, 지속되는 서비스들이 많아져서 '걔넨 그렇게 애기 안 하던데?’ ‘걔넨 좀 다르던데?'할 만한 다양한 팀들이 많아지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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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이의 마음단련장 서비스를 할까 말까 고민하는 인간에게 마음을 담아 홍보하는 찬스를 드리겠습니다! 왈!

바깥을 향해 있던 시선을 내 안으로 가져오고 싶다는 목마름이 있는 분들. 그런 분들이 오시면 아, 이거다! 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그리고 한 번 일단 와보시는 게 어떨까. 한 번 와보는 것 까지가 어려우니까 일단 무작정 한 번 와보셔라, 그렇게 말하고 싶어요.

지언이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안 와보면 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내가 직접 체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제가 수영할 때 상체 근육 70% 쓰는 거고 하체 근육 30% 호흡은 어떻게, 말로 설명하는 거랑 내가 직접 물에 들어가서 수영해보는 거랑은 전혀 다르잖아요. 그러니까 직접 한 번 오셔서 ‘이런 거구나’ 경험해보시라고. 와서 내가 진짜로 내 마음이 여기 어디에 있다는 걸 체험을 해보시면, 49의 마음이 51이 된다. 그건 정말 체험으로 밖에 할 수 없는 거니까요. 그래서 한 번 와보시라는 것 같아요.

맞아요. 우리가 살아서 다 움직이기는 하지만, 존재한다는 걸 느끼지는 못하잖아요. 근데 멈춰야 그걸 느낄 수 있는데 솔직히 ‘멈추세요'한다고 내가 지금 밖에서 일하고 지금 들어왔는데 ‘존재하라고?’ 싶잖아요. 근데 물리적으로 저희는 어쨌든 그런 분위기도 조성해주고, 그렇게 하는 게 아무렇지 않은 인간들이니까, 여기에 오면 억지로라도 멈출 수밖에 없거든요. 여기 소월로 마음단련장에 오셔서 한 번이라도 멈춰 보시면, 내가 존재한다는 감각을 오롯이 한 번 느껴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