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구 한 번 주물러 보자!"

4층 사람들 13. 뉴닉 김소연, 빈다은

이선재 · 2019년 02월 25일

"어이쿠, 이러다 오늘도 가장 유식하겠는데"

슬로건에서부터 느껴지듯 뉴닉은 위트 있는 팀이다. 포털이나 다른 플랫폼에서 접했다면 미간을 찌푸리고 심각하게 읽었을 기사도, 뉴닉 레터 안에서는 다르게 다가온다. 만일 뉴닉을 창업한 두 사람이 호그와트에 입학해 기숙사 배정식에 참여했다면, 마법 모자는 1초 만에 "래번클로"를 외쳤을 테다. (참고: 래번클로 기숙사의 키워드는 위트와 지능, 지혜, 창의성이다.)

없으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없어도 잘 살게 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없다고 딱히 불편할 것 같지 않았는데 막상 그 빈 자리가 무척 허전하고 크게 다가오는 것이 있다. 뉴닉은 후자다. 뉴닉의 전신인 '속닥'이라는 베타 서비스를 운영하다 멈췄을 때도, 뉴닉 베타 서비스가 종료되고 정식 오픈까지 잠시 휴지기를 가졌을 때도 독자들 모두 "섭섭하고, 허전하다"고, "친구를 잃은 것 같다"고 표현했다. 내 앞길 챙기기도 바쁘고 만만찮은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나만 아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 내가 사는 세상 너머의 것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놓치고 싶지 않은 독자들의 마음을 뉴닉은 예민하게 포착했다.

노력과 실력만으로 설 자리를 쟁취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수록 사람들은 사적인 삶을 지키는 데에 몰두한다. 질문과 고민의 화살표가 모두 내 안으로 향하는 시대. 그러나 우리의 공적인 삶이 넉넉히 보장받고 기능할 때 비로소 개인의 삶이 생기를 되찾을 수 있다고, 뉴닉은 말한다. 그것이 반드시 거창한 무언가여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뉴닉은 개인이 자기 삶과 관련된 다방면의 의사결정을 좀 더 잘 내릴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한 마디로 명쾌하게 정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살아가며 마주하는 다양한 이슈들 속에서 내가 내리는 선택과 판단을 들여다보며 나의 스탠스를 찾는 것. 그것이 뉴닉이 독자에게 궁극적으로 제공하고자 하는 경험이다.

뉴닉은 이 모든 것들을 '유쾌하고 귀엽게' 해낸다. 비장함은 빠졌지만, 신뢰감은 그대로여서 더 좋다. 고슴이의 심각하고 할 말 많아 보이는 표정을 볼 때마다 피식 하고 나오는 웃음. 뉴닉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렇게 '웃으며' '재미있게' 고민하고 발언하게 만든다.

언젠가 "지구 한 번 쭈물러 보는 것"이 꿈이라는 뉴닉의 공동창업자 김소연 님(이하 '킴')과 빈다은 님(이하 '빈').
두 분을 4층 사람들 열세 번째 인터뷰이로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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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다은 님(이하 '빈')과 김소연 님(이하 '킴')


뉴닉 소개를 부탁드려요.

저희는 뉴스의 홍수에서 알아야 할 이슈만을 골라서 재미있고 쉬운 언어로 쟁점을 짚는 뉴스레터 미디어입니다. 읽다보면 ‘아 이거 오늘도 제일 유식하겠는데’ 싶어집니다!

사람들이 왜 뉴스를 봐야 할까요?

저는 뉴스가 개인이 사는 데 있어 자기 울타리 밖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것 같아요. 주위의 지인들과 떠드는 것 말고, 내가 사는 사회, 국가, 세계가 어떤 곳인지 알아보는 유일한 방법이 저한테는 뉴스거든요. 좀더 큰 얘기를 하자면, 뉴스를 통해 민주 사회의 시민으로서 결정할 일이 무엇이 있는지도 알 수 있는 것 같고요.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봐야 한다’고 생각을 하시는데, 한편으로는 그런 의무감 없이 그냥 재미 있어서 보시는 분들도 꽤 계시는 것 같아요. 뉴스가 소비해야 하는 대상, 알아야 하는 대상, 교육의 자료가 아니라 ‘내가 속한 사회 말고 다른 사회는 어떤 그림이 있을까?’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대상일 수도 있는 거죠. 어떻게 보면 뉴스도 하나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뉴닉이 바라보고 있는 타깃 유저는 교양/지식에 대한 니즈가 강하고 그걸 추구할 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인지, 아니면 그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대중에 소구할 수 있는 보편적인 서비스로서 뉴닉을 구상하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큰 그림에 대한 질문인 것 같은데요. 후자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 뭐냐고 했을 때, 결국 어떤 사람이 결정을 내리는 데에 도움을 주고 싶은 거예요. 근데 반드시 교양 있고, 지식에 갈증을 느끼는 사람만이 결정을 내리는 상황에 직면하는 게 아니잖아요. 대부분의 사람이 투표를 포함해 많은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데, 그에 비해 합리적인 의견을 들려줄 만한 창구는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저희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합리적이고 다양한 의견을 수합해서 이 사람이 선택을 내리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요. 누군가 ‘너희는 살롱처럼 지식인들이 모이는 서비스야? 아니면 대중들이 모이는 서비스야? 뭘 원해?” 라고 묻는다면 후자인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 양질의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세요?

한국의 뉴스 기사에 한해서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예민한 얘기일 수 있지만, ‘양질’이라는 걸 판단하는 주체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우선 내가 원하거나 알고 싶은 이슈 선정이어야 하고, 내가 바라는 톤앤 매너, 내가 원하는 길이와 뎁스. 저는 그 요소들이 충족되어야 ‘양질의 콘텐츠'라고 받아들이는데, 그걸 결정하는 사람들과 소비하는 ‘나’와의 간극이 너무 멀게 느껴져요. 물론 기성 언론이 만들고 있는 콘텐츠의 타깃 고객층이 분명 있겠지만, 그게 저 혹은 저희 세대는 아닌 것 같거든요.


두 분은 대학 시절에 ‘인액터스'라는 학회에서 만났다고 들었어요. 창업이나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원래도 많으셨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시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 중에서 굳이 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끌리셨는지 궁금해요.

조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제가 작년에 미국 워싱턴 DC에서 인턴십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목격한 것이 사람들이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면서 뉴스를 소재로 엄청 가볍게, 활발하게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면서 ‘얘네가 우리보다 더 똑똑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러면 뭐가 다를까?’ 생각 했거든요. 그거랑 별개로, 당시 주위 사람들이 하는 정치 얘기를 따라가기 위해 the skimm이란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 했는데, ‘뉴스를 좀더 자기들의 언어로 풀어주는 중간 서비스가 있으니까 이렇게 얘기도 더 잘 하고 그런 건가봐. 근데 왜 우리는 그런 게 없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되게 부러웠어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the skimm 서비스에 영감을 받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제가 기존의 한국 뉴스에 워낙 불만이 많은 소비자였기도 하고요.

그러면 소연님이 보시기엔 조금만 더 친절하게 매개해주고 가이드해주면 젊은 세대도 지금보다 훨씬 더 활발하게 뉴스를 보며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데, 그 역할을 해주는 곳이 없다고 보신 건가요? 기존 미디어는 그 자체로 편리하게 소비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고 보시는 거죠?

네, 저는 그렇게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와 다은 님이 같이 느끼는 답답함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포털의 댓글도 사실 ‘시간’이라는 자원이 있어야 다는거잖아요. 똑똑하고 선하고 이 사안에 대해 의견이 형성되어있는 다수의 사람들의 의견을 보고 싶은데, 그런 사람들은 그럴 시간이 없고, 또 지금의 환경에서는 그럴 마음도 안 들죠. ‘휴리스틱’에 의존한 여론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고, 이런 지점에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우리 말고도 분명 많을 텐데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우리가 그 사람들이 양질의 정보와 여론에 접근하는 데 드는 시간을 줄여주고, 좀더 참여하고 싶도록 흥미를 돋궈준다면 실제로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아주 초기에 소연님이 지금 서비스의 베타의 베타 버전을 혼자 진행하신 적이 있는데, 전 그때 그 서비스의 독자였어요. 당시 제가 엄청나게 바쁜 상황이었거든요. 인턴 준비하고, 학교 시험 준비하고, 취준생이 되어가는 기점이었어요. 근데 제가 그 레터를 꾸준히 받다가 어느날 안 받게 되니까 굉장히 허전한 거예요. 그 허전함이 어떤 마음이냐면, 이 미디어가 없고 이런 서비스를 접하지 않을 때 되어있을 저의 모습이 너무 못난 거예요. 내 앞길밖에 안 챙기는 모습. 물론 세상 일에 관심을 갖고싶어 하긴 하겠지만, 그럴 시간과 에너지는 늘 부족할 테고. 그렇다고 지금 미디어가 내가 세상에 관심 갖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지도 않는 것 같고요. ‘헤비 유저’만 있거나 ‘워리어’만 있으니까요. 근데 저는 제 삶을 잘 살면서도 제 주변 사회에 관심을 갖고 싶은 사람이거든요. 주위를 둘러봤을 때 그런 마음 갖고 있는 사람도 정말 많고요. 그래서 나한테, 그리고 이 사람들한테 이런 미디어 정말 필요하겠다. 만들면 쓰겠다, 생각했어요.


창업자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요. 뉴닉을 창업하신 두 분은 어떤 욕망이 있어서 (웃음) 이 일을 하고 계신지 꼭 여쭤보고 싶었어요.

네, 저도 정말 꼭 대답해드리고 싶습니다! (웃음) 음, 그 얘기 해도 되나? 저와 다은님이 2015년 쯤 부터 친구였어요. 3년 정도 됐네요. 그땐 학교에서 만났지만, 일을 하는 관계로 만났어요. 팀장과 팀원. 당시 만난 곳이 경영 학회라서, 프로젝트를 이끄는 사람이 있고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팀원들이 있었거든요. 주어진 태스크를 빨리 빨리 해나가야 해서 느낌이 훨씬 더 사무적이었어요. 근데 그러면서도 동료로서, 친구로서 신뢰가 깊어졌는데, 일이 끝나면 둘이 자주 하던 얘기가 ‘나중에 지구 한 번 주물러보자’였어요. (웃음) 둘다 야망이 커요. 물욕, 식욕 이런 것처럼 ‘지쭈'욕이라고 불러요, 저희는. (웃음) 그게 서로에게 좀 보였던 걸까요. 보여서 그런 얘길 했던 건지. 하나 분명한 건, 저희 둘다 사회에 임팩트를 주고 싶다는 욕망이 큰 것 같아요.

이름을 날리고 싶은 욕망이랑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은 욕망까지도 한 번 구분을 해보자면요?

아 너무 극단적인데요. (웃음) 음, 제가 진짜 소문난 인터뷰 덕후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위인전만 읽었고, 지금도 인터뷰를 너무 좋아해요. 제가 인터뷰를 좋아하는 이유가, 내가 모르는 세계에 그 사람들이 나보다 한 발 더 먼저 가서 ‘이런 세계도 있다, 너가 열심히 하면 이런 일도 할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꼭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저는 이름인가 (웃음) 근데 제가 유명해지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제 이름을 걸고 한 일이 최대한 많이 영향을 끼치고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것. 그게 너무 중요해요. 저에겐 그게 가장 큰 욕망일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지금까지의 패스도 그래왔어요. 경영학회도 비즈니스를 통한 사회공헌. 그 다음에 소셜벤처 투자회사에서 인턴. 그 다음에는 소령님 인터뷰에 꽂혀서 퍼블리에서 인턴을 했고, 지금 하는 일 역시 이 일을 통해서 누군가 영감을 받을 수 있고 사회가 변화할 수 있고, 이런 믿음이 있어서 좋아하며 하는 것 같아요.

너무 멋진 답이라 제가 첨언 더 안 할래요. (웃음) 거의 비슷한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아까 선택지를 주셨잖아요. 생각해봤는데, 다은님이나 저나 한국 사회에서는 나름 ‘정도’를 가다가 핸들을 확 꺾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꺾어도 길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면 저는 제가 꼭 성공해야 될 것 같아요.
저희 둘 다 누군가의 귀감이 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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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 얘기도 해드리자. 출발선.
저희가 한 번은 소수인종 우대정책 얘기를 하며 출발선하고 결승선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한 적 있어요. 근데 얘기를 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런데 그건 계속 출발선을 끌어올려주는 일 아닐까? 중간에서 역전할 기회가 더 없겠다' 일단 ‘출발선-결승선’이 있으면 출발을 어디에서 어떻게 하든지, 그와 관계없이 어쨌거나 일부만, 어쨌거나 1등만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 거예요. 그렇다면 우리가 이렇게 1등 주자로 뛰다가 갑자기 거꾸로 뛰자. 결승선이 그 쪽이 아닌 것처럼 핸들을 꺾을 수도 있고, 뒤로 걷거나 한 바퀴 그냥 제자리에서 돌 수도 있고. 왜냐하면 1등이 된다고 대단한 무언가가 저희를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1등으로 달려가다가 중간에 수명이 다해서 죽을 수도 있는 거고, 거의 다 왔는데 죽을 수도 있는 거고, 1등 했는데 허무할 수도 있는 거고. 근데 그런 거라면, 이렇게 일자로 된 결승선 트랙을 벗어나는 일을 좀더 많이 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살아도 된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초,중,고,대학까지 너무 요만한 생각에서 자란 거예요, 둘 다. 그리고 대학 와서 충격을 많이 받은 스타일이죠. 내가 앞으로도 지금까지 같이 걸어온 대로 갈 것이냐, 혹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걸 할 것이냐. 근데 다른 걸 하려고 해도 지금 와서 춤을 배울 순 없잖아요. (웃음) 그럼 우린 뭘 하지?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다은 님이랑 평소에 인생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근데 저희는 제일 열심히 뛰다가 '잠깐, 이거 생각보다 재미 없고 앞으로 놓인 길도 계속 가야 할 것 같은데. 이거 어디서 끝나? 잠깐 멈췄다 가볼까?'한 거예요. 정해진 길이 아니라 저희의 뜻대로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렇게 해도 되게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저희가 지금까지 그런 롤모델이 많이 없다는 것에 되게 속상해했던 친구들이기도 하고요. 우리나라는 왜 그렇게 '정도'로 성공한 사람들 밖에 없지? 아이들한테 여러 선택지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이거 농담 아닌데, 그래서 치아 교정도 안 했어요. "나 성공해서 이 못생긴 거 보여줄래!" (웃음) 진심으로요. 뉴닉도 그런 사람들, 그런 모습들을 좀더 조명하는 미디어였으면 좋겠어요.


뉴닉을 보는 독자들에게 러브레터가 많이 온다고 하셨잖아요. 그 분들은 뉴닉의 어떤 게 좋다고 하던가요?

저희도 여쭤봤는데 다 다르세요. 관세가 재미있어요, 부동산이 재미있어요, 다 나오는데 그게 왜 좋으세요? 라고 하면 대부분 하시는 말씀이 ‘재미 있어요’ 였거든요
그걸 여쭤보면 항상 나오는 5가지 정도의 답변 유형이 있는데요. 뉴닉은 하나만 보면 알 수 없는 입장을 한 번만 봐도 30개 본 것처럼 정리해줘서 편해요. 톤앤매너가 너무 귀엽고 힙해요. 저희를 힙하다고 해주셔요. (웃음) 위트있고 제목을 너무 잘 지어요. 재미 있어요. 유익해요. 심지어 ‘이거보고 저 면접 갔어요’ 이런 이야기도 있었어요. 물론 모든 분께 다 여쭤보진 못했지만 이중에 저희가 제일 잘하는 게 뭐예요? 했는데 많은 대답이 ‘재미있다’인 거예요. 근데 저는 이 대답이 너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저희가 다루는 내용이 사실 파편적인 기사에서 다루는 것보다 훨씬 더 무게 있는 내용이다 보니, 엄청 지루하고 딱딱할 수 있는 소재거든요. 근데 이걸 재미 있어서 끝까지 읽는다는 말이 남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뉴스를 ‘재미로’ 소비하는 것. 그게 너무 대단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재미있어서 읽는다고 해주시는 분들 답 들을 때 가장 기분 좋아요.

아직은 내가 돈을 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기대한 적 없는데 이런 걸 받아보니 재미있고 고맙다, 라는 감정은 아닐까요? 있으면 좋은데 없다고 크게 불편한 것은 아닌.

효용에도 두 가지가 있잖아요. 기능적 효용과 감정적 효용. 기능적 효용에 기댄 서비스였으면 그랬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저희가 듣는 얘기는 ‘뉴닉이 없으니 섭섭해요’거든요.
친구를 잃은 기분이라는 거예요. 잠깐 쉬었을 때도 메일이 안 오니까 그렇게 섭섭하다고.
완전히 감정적 효용인 거예요.
저희도 어떤 효용을 줘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런 말들을 듣고 ‘아, 타점이 다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저희도 처음에 테스트할 때 기능적 효용을 +1, -1 해보는 실험을 되게 많이 했는데 반응들이 이상한 거예요. ‘상관없어, 맘대로 해’ 이래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거예요.
심지어 ‘무차별합니다.’라는 답변도 있었어요. (웃음) 그 분 되게 애독자신데.
네, 기능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너네 마음대로 하세요.” 이런 반응이 많았어요.

최근 삼성 직무적성검사에서 사자성어 문제가 출제됐는데 당시 포털 실시간 검색어 1-3위가 다 그 출제된 사자성어였대요. 뜻을 검색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걸 보도한 기사 제목이 ‘삼성 응시생 당황하게 한 한자 사자성어 문제’ 였는데, 기성세대 중 페이스북에서 그 기사를 공유한 분들이 눈에 많이 띄었어요. '이거에 당황했다는 내가 당황한 건가. 당연히 알아야지.'하는 류의 반응이 많더라고요. 반면 ‘지금까지 살아오며 알아야 할 필요가 없으니까 몰랐던 거지, 이걸 모르는 걸 질책하는 게 더 꼰대같다.’는 반응도 있었고요.

저는 그 장면을 보며, 이제는 무엇이 교양이고 무엇이 상식인가에 대한 정의가 다변화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과거에 지식, 교양을 얻는 수단이 활자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그 수단도 매우 다양해졌고요. 무엇이 우리가 알아야 할 교양이자 상식이고, 무엇이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정보인가를 가늠하는 기준이 이렇게나 다양해지는 사회에서, 뉴닉을 꾸준히 본다는 건 독자에게 어떤 가치를 갖는 일일까요?

저희 계속 그런 얘기 하거든요. 우리가 하는 일이 뭐지? 그런데 저번에 회의를 하던 중 성규님이 우연히, 근데 너무 명쾌하게 한 마디로 잘 정리해주셨어요. 저희가 하겠다는 걸 들으시더니, ‘어젠다를 던지고 공정한 선택지를 계속 던져서 그 사람들이 더 잘 고르도록 만들겠다는 거 아녜요!’ (웃음) 결국 그거더라고요. 저희는 지금 사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복잡한 이슈들을 재미 있게 풀어주고, 그 안에서 생각해볼 문제를 소개한단 말예요. 특정 이슈에 대해 사람들이 입장이 갈리는 지점을 어느 쪽도 바보같지 않게 서술하고요. 이걸 꾸준히 하면, 스스로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 판단 기준이 생길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 전까지는 이런 판단이나 논쟁에 참여하는 게 피로하다고 느끼고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전 절대로 그게 그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내 세대의 언어가 아닌 언어로 던져진 어젠다라든지, 시각 때문이겠죠. 그래서 전 뉴닉을 계속 읽는다는 건 궁극적으로 자신의 스탠스를 찾는 과정일 거라고 생각해요.

정체성.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꾸준히 접할 수 있는 기회. 저희 독자분들한테 “저의 사회적 감수성을 책임져주세요.”라는 피드백도 많이 들었거든요. 내가 정말 학교까지 졸업하고 나면 굳이 굳이 내가 뭔가를 찾아서 하지 않는 이상, 너무 ‘나의 세계’에 갇히는 거예요. 근데 뉴닉이 ‘아 근데 잠깐 문 좀 열어봐, 똑똑’ 이러면서 자꾸 새로운 생각, 정보를 넣어주니까 ‘이건 나의 사회적 감수성을 책임져주는 미디어다’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개인이 충분히 반짝반짝 하고 생기가 있으려면, 사적 삶도 있어야 하지만 공적 삶도 충분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뉴닉이 우리 독자들의 공적인 삶을 책임져주는 미디어가 되면 좋겠어요. 지금도 그런 방향성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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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닉의 타깃은 기본적으로 밀레니얼 인데요. 우문이지만, 두 분이 생각하는 밀레니얼은 어떤 모습인가요? 밀레니얼을 하나의 동질적 집단으로 보는 것은 당연히 무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이전 세대와 단절적으로 차별적인 특성을 갖는 지점을 골라보자면요.

제가 어떤 집단을 규정하는 게 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밀레니얼을 저는 질문의 방향이 자기 자신에게로 많이 쏠리는 세대라고 생각해요. 다른 말로 하면, 내가 누구인지 의문을 갖는 거죠. 예전에는 내가 누구인지가 크게 문제 되지 않았고, 해야 할 일, 가야 할 길이 어느정도 큰 맥락에서 정해져 있는 느낌이었다면, 요즘에는 해야 할 일이나 가야 할 길이 별로 없고, 그렇게 믿었던 가치조차 사라지니까 사람들이 물음표를 계속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것 같아요. 난 뭘 좋아하지, 난 어떻게 살면 행복하지. 그래서 그럴수록 자기 정체성을 찾아주는 미디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뉴닉처럼. 이거 갑분 홍보네요. 헤헤. 정리하자면, 지금의 밀레니얼은 자기 자신을 규정하려는 욕구가 훨씬 커진 세대다.

저도 엄청 동의하고요. 일단 선택지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해요. 요즘에는 선택지의 개수가 확 많아졌잖아요. 저는 선택지를 통제할 때보다 선택지가 너무 많을 때 사람들이 훨씬 더 혼란스러워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선택지가 적을 때는 기분이 나빠서 그렇지 고르는 것 자체가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선택지가 확 많아져버리면 내가 뭘 골라야 할지 무슨 기준으로 골라야 하는지가 힘들어지는 것 같거든요. 그런 면에서 더더욱 자기의 기준을 찾고 자기 스탠스를 찾고 싶어하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저희가 가끔 그런 식의 피드백을 들었어요. ‘결정은 우리가 하고 싶어요’ 저희가 가끔 코멘트를 섞어본 적이 있는데 그러면 뉴닉의 사견은 괜찮아요, 라고 하셔요. (: tmi라고) 근데 저 그거 너무 멋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견들이 존중 받아야 하고. ‘이게 20대지’라는 생각도 가끔 들어요.

마지막으로 짓궂은 질문 하나. 혹시라도 뉴닉이 잘 안 된다면,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음, 저는 잘 안 될거라고 생각 안 하는데! (웃음)
모르겠어요. 제게는 그 질문이 이런 느낌이에요. ‘기우제를 지내는데 비가 안 온다면?’ 그러면 거기에 대한 저희 답은, ‘그럼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면 되는 거잖아요.’ 랄까요!

똑같은 서비스가 5년 전엔 안 됐는데 지금은 작동할 수 있듯이 성패에는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치잖아요. 사회가 그걸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이 미션에 공감해서 함께 실행할 팀원을 적시에 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맥락에서 보시면 뉴닉이 가는 길에 어떤 리스크가 있을 거라고 예측하시나요?

무언가 성공하려면 우선 소비자 단에서 반응이 오는 시대여야 하고, 우리가 잘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 모든 걸 버티는 힘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럼 이 세 가지를 기준으로 살펴본다고 했을 때, 뉴닉은 어차피 소비자에서 출발한 팀이기 때문에 저희가 잡은 것이 이 시대의 니즈가 아니라는 말은 안 나올 것 같고요. 그러면 이제 우리가 잘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래도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럼 마지막 하나 남은게 ‘시간’인데, 사실 이건 돈이기도 하잖아요. 버틸 수 있는 힘. 그래서 엄청 현실적으로 말하면, 충분한 사람들에게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을 버틸 수 있냐 없냐의 싸움일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근데 지금까지 저희에게 반응을 보여주신 소비자, 구독자 분들이 그 시간을 벌어주실 수도 있죠. 더 응원해주시고, 도네이션으로 힘도 보태주시고.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 요즘 구독자분들이 보내주시는 DM보면 저희 정말 ‘죽어도 좋겠다’ 싶어요 (웃음)
죽는다뇨, 오래 버티신다면서요 (웃음)
(웃음) 그렇죠. 그래서 ‘죽어도 좋겠다!’ 하고 3초 뒤에 말해요. ‘근데 죽진 말자'

전 이 질문이 되게 어려운 게, '어디까지를 지키느냐'의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저희에게 이메일이 성역이라면, 이메일이 안 통하면 죽는 거잖아요. 근데 성역이 아니라면 빨리 바꾸거나 대안을 찾으면 되겠죠. 이메일이 안 통하네? 야, 빨리 카톡으로 해~ 하고 피봇하면 되는 건데. 그렇다면 우리한테 성역이 무엇인가?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고, 어디부터는 지켜야 하는가. 이걸 정의하는 게 실패랑 닿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슴이가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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