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피드+복스+바이스+리파이너리29+그룹나인미디어 합병한다면?

성사가 되든 되지 않은 미디어 스타트업 생태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강력

이성규 · 2018년 11월 20일

버즈피드 + 복스 + 바이스 + 리파이너리29 + 그룹나인미디어, 미국 내에서 가장 강력한 미디어 스타트업 5곳이 합병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 논의가 있었다는 뉴스가 뉴욕타임스를 통해 보도가 됐습니다.

뉴스와 콘텐츠 혁신을 주도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온 이들은 최근 10년 간 가장 주목받은 미디어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스티클의 버즈피드, 익스플레인 비디오의 원조인 복스, 밀레니얼 다큐멘터리의 대가 바이스, 밀레니얼 여성 콘텐츠의 상징인 리파이너리29, 나우디스와 더도도를 보유한 그룹나인미디어까지...

하나하나가 미디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대형 미디어 스타트업들입니다. IPO를 향해 분주하게 진격해왔던 기업들이기도 하죠. 이들이 실제로 만났다고 합니다. 합병을 논의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조나 페레티 버즈피드 창업자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그가 먼저 제안했다고도 합니다.

대형 미디어 스타트업의 합병이 왜 지금 제기됐을까요? 뉴욕타임스 기사를 보면 대략 추정할 수 있습니다. 호락호락 하지 않은 미디어 수익 환경 때문입니다. 광고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죠.

페이스북 등 플랫폼에 더 높은 광고 배분 비율 요구할 협상력 갖출 수 있다

뉴욕타임스의 분석을 들어볼까요? “단일한 거대 자산이 탄생하게 되면,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그들의 콘텐츠나 비디오에 대해 더 많은 광고 달러를 더 높은 비율로 배분받을 수 있는 로비가 가능해진다. 다시 말해 광고주에 친화적이면서도 사용자들에게 안전한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플랫폼과의 협상력이 달라진다는 거죠. 더욱 커진 협상력을 바탕으로 광고 수익에 대한 배분 비중을 높이게 된다면, 고품질의 콘텐츠 생산이 가능해지고, 그것이 다시 플랫폼으로 유통되는 선순화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페레티는 곧장 소셜미디어의 위기를 거론합니다. 페이스북의 러시아 허위정보 광고는 물론이고 최근 들어 플랫폼에서 범람하고 있는 증오발언, 음모론은 플랫폼의 미디어 가치를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광고 수익의 증대에 목을 매고 있는 플랫폼의 구조 상 이런 정보들을 걸러내긴 쉽지 않다고 본 것이죠. 결국 페레티가 제시하는 합병의 명분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이 아닌 ‘양화가 악화를 구축’하는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아닐까 합니다.

투자자 동의라는 허들을 넘을 수 있을까

명분은 쌓였습니다. 그리고 미디어 스타트업의 위기도 어느 정도 공감을 얻어냈습니다. 그래도 아직 한 가지 산을 넘어야 합니다. 이들 5대 미디어 스타트업은 성장 과정에서 수많은 투자자들로부터 막대한 금액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그들이 모두 주주로 참여하고 있죠. 합병이라는 중차대한 의사결정에 대해 과연 투자자들이 동의해줄 것인가의 문제가 남죠.

여기에 허들은 하나 더 있습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시큰둥하면 성사되기가 어렵습니다. 일단 나우디스를 소유하고 있는 그룹나인미디어는 가능성 자체를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그룹나인미디어의 창업자는 벤 러러입니다. 페레티는 벤 러러와 십수년 전부터 친구 사이였습니다. 버즈피드 이사회 의장이 벤 러러의 아버지인 케네스 러러입니다. 친분으로 연결돼 있기에 신뢰에 대한 의심은 없을 겁니다. 리파이너리29의 창업자 필립 본 보리스는 “리딩하는 미디어나 엔터테인먼트 기업에겐 내년이 함께 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복스의 창업자인 짐 뱅크오프는 “오디언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기 위한 전략적 목적으로 새로운 프로덕트를 만들거나, 파트너를 맺는 것, 인수하는 것 등은 항상 고려해왔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습니다. 가능성 자체를 닫아놓지 않았다는 톤입니다. 그러나 바이스는 말이 없었다고 합니다.

페레티는 만약 이 딜이 성사된다면 해당 기업의 가치는 7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약 8조의 기업가치를 지니게 된다는 거죠. 제가 알기론 버즈피드의 현재 가치가 대략 17억 달러, 우리 돈으로 2조 정도이고, 리파이너리29가 2016년 기준으로 약 5억 달러 가치를 갖고 있었죠. 복스 미디어는 2015년 NBCUniversal로부터 투자 받을 때 약 10억 달러 가치로 산정이 됐었죠. 가장 형님격인 바이스 미디어는 2017년 57억 달러 규모 가치로 투자를 마친 적이 있습니다.

합병 성사되면 기업가치는 70억 달러, 뉴욕타임스의 1.7배

70억 달러 가치는 작으면 작고 크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쿼츠가 일본 우자베이스(Uzabase)에 인수될 때 평가 가치가 최대 1억1000만 달러였습니다. 70억 달러는 쿼츠를 70개 살 수 있는 수준입니다. 뉴욕타임스의 현재 가치 42억 달러보다 약 30억 달러나 큰 규모입니다. 대략 비교가 되시나요?

페레티의 이 제안은 버즈피드가 2017년 시장 기대 매출을 달성하지 못한 시점에 나온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시 매출을 회복하며 성장 엔진을 재가동시킨 때에 공개된 대안입니다. 진정성을 그리 의심할 정도는 아닌 것이죠.

페레티의 제안이 성사가 되든 되지 않은 미디어 스타트업 생태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강력해보입니다. 혼자 힘으로 시장의 온갖 제약 요건을 뚫고 나가는 건 쉽지 않다는 것, 이를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수가 아닌 합병도 유효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수많은 이해관계를 조율해서 합병된 기업을 운영하는 리더를 정하는 작업도 결코 만만치 않겠죠. 하지만 지금의 불리한 상황을 넘어서기 위해선 더 급진적인 해결책도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일 겁니다.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거대한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플랫폼과 대등한 관계를 콘텐츠 사업자가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불어 기성 미디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들끼리 합병하는 방안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수익모델의 확장을 꾀하고 플랫폼과의 협상을 통해 수익규모의 확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가져올 생태계의 지각변동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가능성은 글쎄요... 그들의 합병은 성사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