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저널리즘 활성화와 미디어 스타트업

탐사보도 비용 부담 없이 재발행함으로써 동일 주제 뉴스에 대한 깊이 더할 수 있다

이성규 · 2017년 09월 19일

현재의 저널리즘의 위기 상황은 엄밀하게는 전통적인 저널리즘 조직의 위기다. 광고와 구독을 주 수익원으로 삼아온 전통 저널리즘 조직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널리즘이라는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수백명에 이르는 대규모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산업의 호황기에 준하는 자금의 순환이 필요하다. 서서히 감소하고 있는 전통적인 수익 모델로 위기 상황에도 대처하면서 기존 조직을 지탱하기란 버거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탐사 보도와 같은 고비용 저널리즘은 뉴스룸의 중요한 보도 선택지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영리 저널리즘이 다시금 조명받는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비영리 저널리즘은 저널리즘의 본령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 모델이다. 수익의 많은 부분을 개인이나 단체, 기관의 후원에 의존함으로써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공공청렴성센터(Center for Public Integrity), 텍사스 트리뷴(Texas Tribune), 프로퍼블리카(Propublica), 샌디애고보이스(Voice of Sandiego) 등 이미 알려진 비영리 저널리즘 뉴스 조직은 상업 언론과 대등한 경쟁을 벌이며 존재 의미를 입증해보이고 있다.

국내에선 뉴스타파가 비영리 저널리즘의 모범적인 선례를 써내려가고 있다. 2012년 1월 창립된 뉴스타파는 불과 5년 만에 4만2000여명의 개인 및 단체 후원자들을 모집, 안정적인 저널리즘 기반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한국 언론 중에선 최초로 글로벌 탐사저널리즘 네트워크에 가입하는가 하면 각종 언론상을 휩쓰는 등 한국 저널리즘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데이터 저널리즘 영역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며 디지털 저널리즘 혁신에도 기여하고 있다.

프로퍼블리카는 비영리 저널리즘의 역할 모델로 자주 거론된다. 센들러 재단의 씨앗자금으로 시작된 프로퍼블리카는 100여 곳 이상의 재단 및 후원자, 개인 기부자 등의 지원으로 탄탄한 재정적 토대를 마련한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2010년 이후 3차례나 퓰리처상을 거머쥐었고, 각종 탐사보도 상을 휩쓸기도 했다. NPR 등 여러 언론들과 공조하며 탐사보도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는 평가는 이제 식상할 정도다.

프로퍼블리카는 탐사보도와 공익 보도라는 전통적 의미의 저널리즘 역할론을 넘어서고 있다. 비영리 저널리즘의 또다른 생태계 기여 모델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는 점을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디지털화한 저널리즘 생태계에서 기술 고유의 속성을 십분 활용하며 저널리즘의 활동폭을 넓혀가고 있다. 바로 저작권에 대한 관대하고 개방적인 태도, 다시 말해 오픈소스 저널리즘이다.

프로퍼블리카의 오픈소스 철학은 ‘Steel Our Stories’라는 기능에서 드러난다. 7개의 기본 조건만 지켜줄 경우 기사를 얼마든지 퍼갈 수 있다. 경쟁 언론사라도 관계가 없다. 링크를 연결시키고 판매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킨다면 프로퍼블리카의 뉴스와 데이터는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다.

프로퍼블리카의 저작권 개방 정책이 미디어 생태계에 주는 함의는 분명하다. 우선 디지털 뉴스를 판매의 대상으로 삼아온 고정된 인식에 균열을 유도한다. 기존 언론사들의 엄격한 저작권 정책은 저널리즘이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거나 확산되는데 걸림돌이 돼왔다. 복제가 용이한 저널리즘의 결과물들이 경직적인 저작권 운영 정책에 막혀 시민의 공적 사용을 제한한 것이다. 공익적인 의제를 담은 저널리즘 결과물은 더 많은 시민에 의해 유포될 때 의제의 확산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저작권을 기초로 구상된 디지털 페이월(Digital Paywall)은 공공적 의제에 대한 일반 시민의 접근을 차단한다. 디지털 수익모델 발굴을 위한 자구책으로 고안된 방식이지만 저널리즘 관점에서 보면, 공적 정보의 열람을 제약하는 조건일 수밖에 없다. 프로퍼블리카와 같은 비영리 저널리즘의 기여도가 높아지면 상업 언론이 가진 근본적인 역할 수행모델의 한계를 보완하는데 긍정적 도움을 줄 수 있다.

지역 언론사나 소규모 뉴스 스타트업에는 더할 나위없는 기회 요소다. 이들 소규모 저널리즘 조직은 비용 부담으로 탐사, 심층보도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프로퍼블리카의 탐사보도를 비용 부담 없이 재발행함으로써 동일 주제 뉴스에 대한 깊이를 더할 수 있다. 더불어 새로운 독자를 유인해 초기 성장에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2010년 프로퍼블리카의 ‘Dollar For Docs’ 기획 보도를 놓고 125개 지역 언론사들이 재발행했던 사례는 두고두고 모범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Tofel, 2013).

줄리아 카제 교수는 저널리즘을 공공재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Cage, 2016.4.7.). 그의 주장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저널리즘 조직의 소유 구조가 분산돼야 한다. 시민과 공익재단, 기부자 등으로 소유 질서가 재편되고 그것을 운영하는 권력도 공유될 수 있다면, 저널리즘이 민주주의와 다원주의에 보탤 수 있는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비영리 저널리즘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도, 대안으로 검토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특정 자본과 개인에 편집권이 흔들리지 않고 디지털 시대 광고라는 수익모델의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비영리 저널리즘은 현재보다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참고 문헌

  • Lewis, Charles. (2007.10). The Nonprofit Road. Columbia Journalism Review.
  • Cage, Julia.(2016.4.7.). News is a Public Good. Niemanreport.
  • Tofel, R. F. (2013). Non-Profit Journalism: Issues Around Impact. ProPublica. New Y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