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 World (2): If you build it, they will come.

아이폰은 등장 첫 해에는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이듬해인 2008년에는 판매가 급증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박상현 · 2017년 08월 31일

아이폰은 2007년에 등장과 함께 큰 관심을 끌었지만 첫 해에는 소비자들이 그저 신기한 물건(novelty) 정도로 바라볼 뿐 판매는 신통치 않았다. 아이폰이 진정한 히트상품이 되기 시작한 것은 1년 뒤인 2008년의 일이다. 미국에서도 실제로 길거리에서 아이폰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목격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우선 2세대 아이폰인 ‘아이폰 3G’가 등장했다. 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기에 2G 데이터 통신은 너무 느렸고, 3G 기술을 사용하는 2008년 모델의 아이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아이폰의 기능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넘어갈지 말지 고민하던 사람들을 2008년에 대거 아이폰의 세계로 끌어들인 것은 3G 통신의 속도가 아니었다.

일등공신은 애플이 2008년 7월에 선보인 앱스토어(App Store)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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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구장, ‘플랫폼'
사람들은 아이폰이 다양한 앱을 무기로 등장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1세대 아이폰은 화면의 다섯 줄을 다 채우지 못한 채, 애플이 제작한 몇 개의 네이티브 앱 만으로 출시되었다. 스티브 잡스의 설명처럼 아이폰은 그 전까지 존재했던 스마트폰들과는 차원이 다른 혁명적인 제품이었지만, 1세대 아이폰의 “혁명"은 전에 없던 새로운 유저 인터페이스(UI)에 국한되었다.

아이폰 출시 후 1년 동안은 아이폰이 결국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드물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믿겨지지 않지만, 스마트폰 시장에는 이미 메이저 플레이어가 굳건하게 존재했다. 2007년에 혜성처럼 등장한 것은 아이폰 만이 아니었다. 버락 오바마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상원의원이 대선을 향한 인기몰이를 시작했는데, 그의 손에는 RIM의 블랙베리(Blackberry)가 항상 들려 있었다. 블랙베리는 당시 ‘대세 스마트폰’이었다. 아이폰의 UI가 혁신적이라는 데에는 동의해도, 사람들은 새로운 제품이 단지 혁신적인 UI를 가졌다는 이유 만으로 배를 옮겨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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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듬해인 2008년 7월, 스티브 잡스가 앱스토어를 소개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앱스토어에는 당장 구매하거나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앱이 무려 500개나(!) 있었다. (2017년 현재 약 2백2십만 개에 이른다). 다양한 앱을 본 소비자들은 비로소 아이폰이 단순히 인터넷을 편리하게 할 수 있는 폰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컴퓨터임을 깨닫게 되었고, 그 결과, 아이폰의 판매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즉, 아이폰의 대중적 성공은 혁신적인 제품 개발이 아니라, 제3자가 소프트웨어를 소비자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보급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platform)이 될 수 있느냐에 달려있었던 것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초기에 살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삼성이 뒤늦게 바다(Bada)라는 운영체계를 개발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보다 빨리 시장을 확대해서 플랫폼이 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새로운 시장, 보이스
음성/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는 이미 세상에 나온 지 제법 되었다. 애플은 2010년,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SRI International에서 스핀오프된 음성비서 서비스인 Siri(원래는 SRI 내에서 회사명을 캐주얼하게 부르던 이름)를 인수했다. 2009년에 iOS 앱으로 출시된 이 음성비서 서비스는 애플의 인수와 함께 통합 작업에 들어가서 2011년, 아이폰을 시작으로 애플의 각종 제품에 차례차례 탑재되면서 애플 기기의 주요 기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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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시리 인수는 경쟁자인 구글이 소셜검색을 전문으로 하는 아드바크(Aardvark)를 인수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당시 일반적인 분석이었다. 구글은 2012년 안드로이드 4.1(젤리빈)에서 구글나우(Google Now)를 선보이면서 음성비서 시장에 진입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에 코타나(Cortana)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음성비서를 자신들이 판매하는 모바일 기기에 장착된 하나의 ‘기능’으로 취급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달랐다. 2014년 말, 독립된 음성비서/스마트 스피커인 에코를 내놓은 후 (스마트폰의 앱에 해당하는) 스킬(Skill)을 제3자가 개발하고 퍼블리쉬할 수 있도록 알렉사 스킬 키트(Alexa Skills Kit)를 선보였다. 에코에 탑재된 알렉사를 개방해서 독립된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