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 World (1): What's in the name?

아마존 에코, 구글홈, 애플 홈팟, 네이버 웨이브, 그리고 kt의 기가지니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박상현 · 2017년 08월 29일

질문 하나: 아마존의 에코(Echo), 구글의 구글홈(Google Home), 애플의 홈팟(HomePod), 네이버의 웨이브(Wave), 그리고 kt의 기가지니(Giga Genie)를 하나로 통칭한다면 뭐라고 불러야 할까?

새로운 카테고리의 기기가 등장할 때 흔히 그렇듯, 위의 기기들을 부르는 통일된 이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가상비서(virtual assistant), 음성비서, 스마트 스피커(smart speaker), 인공지능 스피커(A.I. speaker) 등등의 다양한 이름이 혼재하는 상황이다. (네이버는 “인공지능 에이전트”라는 말도 만들어냈다).

물론 이 기기들의 이름은 가상의 비서를 깨우는 호출명(wake word)과는 분리해야 한다. 에코는 “알렉사,” 홈팟은 “시리,” 구글홈은 “오케이 구글,” 네이버는 “샐리”라는 호출명이 있다. 그런 ‘서비스’ 만을 가리킬 경우 삼성의 빅스비(Bixby)도 포함시켜야 하지만, 빅스비는 현재로서는 스마트폰에 탑재된 서비스로만 존재할 뿐, 아직 독립된 기기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현재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것은 'A.I. 스피커,' 혹은 '스마트 스피커’라는 명칭이다. 위키피디아에서는 위의 제품들을 공통적으로 smart speaker라고 소개하고 있고, 좀더 구체적으로는 'smart voice-enabled wireless speaker’라는 카테고리를 부여했다.

눈에 띄는 네이밍 전략

같은 카테고리의 제품의 홍보에 미국 업체들은 공통적으로 “스피커”에 방점을 두고 있고, 한국에서는 “인공지능(비서)”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게 눈에 띄는데, 여기에는 문화적인, 혹은 전략적인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제품의 진정한 용도가 입력기능이냐, 출력기능이냐는 것이다.

아마존의 에코는 최근 가격이 인하되어 89달러라는 낮은 가격에 팔리고, 심지어 kt는 기가지니를 무료로 설치해주고 있다. 제품 판매로는 제조비용도 건지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할인에 들어가기 전 에코 가격은 180달러였는데, 포장과 배송, 마케팅 비용을 고려하면 그 가격 대에서도 이미 마이너스 이윤이었다) 기업들이 이런 기기를 파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활용하기 위함이다. 즉, 궁극적으로 사용자의 빅데이터를 통한 이윤을 목표로 한 기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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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인풋(input) 기기를 “스피커,” 즉 아웃풋(output)을 주 기능으로 한 제품으로 포장하는 이유는 바로 사용자들의 거부감 때문이다. 호출명을 부른 후에야 작동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24시간 항상 켜있으면서 집안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듣고 있으며, 그렇게 엿들은 소리는 암호화되어 어딘가에 저장되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스마트 '스피커’가 아니라 스마트 ‘마이크’라고 하는 것이 현실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인공지능 ‘스피커’라고 부르는 것은 집안의 소리를 흡수하는 도청장치 처럼 인식하게 될 소비자의 거부감을 극복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각종 리뷰에 따르면 에코의 스피커 성능은 비슷한 가격대에서 살 수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의 음질을 능가하고 (에코는 블루투스 스피커로 사용가능하다), 애플의 필 쉴러는 홈팟을 최고의 가정용 스피커로 소개했다.

스마트폰 vs. 모바일 컴퓨터

즉, 미국 회사들의 이 새로운 시장으로의 접근 전략은 바로 가정용 (블루투스) 스피커다. 만약 스티브 잡스가 2007년에 아이폰을 처음 소개하면서 “모바일 컴퓨터”라고 소개했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굳이 손에 들고 다니는 컴퓨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전화기로 사용하는 시간과 그 외의 기능을 사용하는 시간을 비교해보면, 차라리 모바일 컴퓨터라고 부르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기기를 굳이 “폰”이라 부른다.

하지만 제조사들의 접근 전략은 옳았다. 전혀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이지만, 사람들이 지금 당장 필요로 하는 기기(휴대폰)로 포장함으로써 쉽게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미국 기업들의 전략은 이미 존재하는 카테고리를 통한 진출이고, 스피커에서 그 입구를 찾은 것이다. 음질에 목숨을 거는 것이나, “스피커”라는 이름에 집착하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kt의 '기가지니’나 네이버의 ‘웨이브’는 스피커로서의 성능보다는 '비서’ 역할을 강조하는 듯 하다. 적어도 홍보의 방향은 말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