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에코, 구글 홈, 네이버 클로바...음성비서, 뉴스 생태계에 어떤 영향 미칠까

일단 플랫폼이 다양화하는 경향은 언론사에 어떤 식으로는 기회 요소

이성규 · 2017년 04월 24일

신문이 비디오 뉴스를 제작하는 풍경은 낯설지 않다. 방송이 텍스트 기사를 발행하며 독자를 모으는 관행도 자연스러워졌다. 인터넷 언론이 팟캐스트를 제작해 오디오 콘텐츠를 강화하는 도전도 흔한 장면이다. 매체 간 경계는 희미해졌고, 경쟁의 구도는 복잡해졌다. 신문과 방송이 페이스북에서 영상 뉴스로 경쟁하고, 인터넷신문과 라디오 방송사가 팟캐스트로 진검 승부를 펼치는 세상이다.

새로운 정보매개(Intermediary) 플랫폼의 등장은 기존의 경쟁구도를 전면적으로 해체한다. 포털의 등장으로 연합뉴스와 신문사가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면, 페이스북은 방송과 신문의 전면전을 유발했다. 텍스트 기사, 영상, 이미지 등 각 언론 유형별 주력 콘텐츠 포맷은 의존하는 플랫폼의 성격에 따라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고 뒤집힐 수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가 '오디오 쇼'를 제작하기로 했다는 뉴스는 이 같은 맥락에서 접근할 때 전략이 한층 또렷하게 읽힌다. 신문 기반의 뉴스 조직이 오디오 쇼라는 장르를 선택해서 특별했던 소식이 아니다.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아마존의 홈 비서 에코를 택했다는 점이 유별났기 때문이다.

아마존 에코는 2014년 출시된 이래 약 2년 만에 500만대가 판매됐다. 올해는 에코를 포함해 음성인식 비서가 약 2450만대 팔릴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생태계가 풍성해지고는 있지만 3rd Party 사업자에게 약속된 수익모델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확정된 수익모델도, 소비 방식의 안정화도 이뤄지지 않은 국면에서 텔레그래프는 그야말로 실험적인 도전을 감행했다고 볼 수 있다.

어찌됐든 텔레그래프는 주사위를 던졌다. 정치, 스포츠, 건강 3개 분야에 집중해 오디오 쇼를 제작하기로 했고 실제 프로토타입도 공개했다. 특정 시간대 약 10분 분량의 유익한 정보를 담은 콘텐츠로 시리즈물을 기획했다. 초기 성과는 그리 나쁘지 않다.

왜 텔레그래프는 에코를 겨냥했을까

이제 핵심 질문으로 들어가자. 왜 텔레그래프는 에코를 겨냥한 오디오 쇼 제작을 선택했을까. 표면적으로는 에코를 위시한 음성인식 비서 기기의 보편화를 확신하고, 새로운 뉴스 소비 플랫폼으로서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서 일 게다. 아마존, 구글, MS 등 거대 IT 기업들이 너도나도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마당에 이를 둘러싼 콘텐츠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는 건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럽다.

하지만 특정 플랫폼을 겨냥한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결정하면, 내부 비용과 투자뿐만 아니라 인력의 재배치가 뒤따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원의 할당을 둘러싸고 조직 내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신문의 주력 콘텐츠도 아닌 오디오 쇼를, 아직 보편적인 가전 기기로 자리잡지도 않은 플랫폼을 위해, 적지 않은 인재를 투입해 제작한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위험이 높은 작업이다. 일정 기간 내 회수가 가능한, 잠재적인 유익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 작업은 그야 말로 무모해 보인다.

텔레그래프는 예상만큼 무모하진 않았다. 그들의 구상은 아마존 에코의 오디오 쇼를 유료 독자를 모으기 위한 가교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전세계 언론사들은 구독 비즈니스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저널리즘의 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는 수익모델 가운데 구독은 가장 매력적이 선택지다. 텔레그래프도 디지털 구독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예전부터 경주해왔다.

디지털 구독은 독자와의 폭넓은 접면을 구축할 수 있을 때 결제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혹은 언론사가 제작하는 뉴스에 대한 확고한 신뢰와 Readership을 갖춰야 구독 규모를 확대시킬 수 있다. 사실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된다 하더라도 기대만큼의 수익을 창출해내기는 난제 중의 난제다. 텔레그래프는 우선 에코에 오디오 쇼를 제공함으로써 독자와의 접면을 확대해 충성 오디언스를 확보하고, 그들 중 일부를 유료 구독으로 이전시키겠다는 전략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음성인식 비서가 오디오 뉴스에 미치는 영향

텔레그래프 사례와는 별개로 아마존 에코와 같은 음성인식 비서 기기가 언론사 뉴스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사실 에코의 뉴스 서비스 ‘Flash Briefing’은 언론사들엔 희소식이었다. 홈 비서 플랫폼에 뉴스를 노출할 수 있는 경로가 열리면서, 그간 만날 수 없었던 새로운 독자군을 발굴할 수 있어서다. 온라인에 집중된 퍼블리싱 플랫폼을 다각화할 수 있어, 유통 채널의 분산도 꾀할 수 있다.

아마존은 시범 서비스 차원에서 BBC, NPR 등과 협력하며 오디오 뉴스의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스마트폰앱으로 간단히 설정만 해두면, 사용자의 선호에 맞춰 맞춤형 뉴스도 제공해준다. 물론 구글 홈도 ‘Listen To News’라는 이름으로, 언론사별, 카테고리별 뉴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후 출시될 대부분의 음성인식 비서 기기들이 뉴스 서비스를 중요한 카테고리로 다룰 확률은 분명 높아 보인다.

Statistic: Podcast advertising spending in the United States from 2010 to 2020 (in million U.S. dollars) | Stati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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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뉴스는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과 맞물려 성장의 모멘텀을 맞고 있다. 팟캐스트는 초석에 해당한다. 미국에서 팟캐스트는 성인 5명 중 1명이 즐겨들을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덩달아 오디오 광고 시장도 확대되는 추세다. 위 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팟캐스트 광고 규모는 2020년 3억9500만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디오 광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오디오 광고 시장이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은 희망적인 신호라 할 수 있다. 죽어갈 듯하던 라디오 미디어가 팟캐스트 사용자의 증대에 힘입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는 현실도 체크해둘 필요가 있다.

음성인식 비서용 음성 뉴스는 팟캐스트라는 초석 위에 올려진 기둥과도 같은 존재다. 팟캐스트가 다져놓은 시장에 음성 뉴스는 조심스레 올라타고 시장의 성장세를 유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소비되는 영상의 형식이 극명하게 갈리듯, 라디오와 음성인식 비서에서 소비되는 뉴스의 포맷도 결코 같은 모습을 띠지는 않을 것이다. 집안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고려하면 적절한 길이의 라이프스타일 친화적인 정보성 콘텐츠가 인기를 끌지 않을까 예측해볼 수 있다.

음성인식 비서의 킬러 콘텐츠, 뉴스가 차지할 수 있을까

image image:아마존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의 카테고리별 앱 구성표. 뉴스는 중요한 콘텐츠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있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낙관해서는 안된다. 당장 음성인식 비서의 핵심 소비 콘텐츠가 뉴스가 될 가능성은 높지는 않다. 또한 음성인식 비서 기기 플랫폼과 언론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질지도 예단하기 어렵다. 꼭 필요한가라는 물음표 앞에서 확답을 내놓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음성인식 기기에서 뉴스라는 데이터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가치를 지니고 있는데, 그 하나는 학습 데이터로서의 뉴스이고, 다른 하나는 음성 서비스 콘텐츠로서의 뉴스다. 학습 데이터 측면에서 언론사의 오디오 뉴스는 음성인식 기기 개발 기업에 도움이 될지 불확실하다. 아마존 에코나 구글 홈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는 오디오로 표현되는 사용자와의 상호작용 데이터다. 어떤 음성의, 어떤 쿼리(질문)가 특정 시간대에 걸쳐 더 많이 수집되느냐가 서비스의 품질을 좌우한다. 따라서 아나운서의 정제된 육성보다 다양한 사용자의 목소리가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사용자의 쿼리에 정확한 응답을 내놓기 위해서는 신뢰를 갖춘 뉴스의 대량 수집이 도움은 된다. 최근 구글 홈이 사용자의 질문에 페이크 뉴스를 답변으로 내놓으면서 논란에 휩싸였던 사례처럼, 응답의 정확도를 구축하기 위한 정보의 수집은 홈 비서 뉴스 서비스의 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다.

충분조건이라는 표현에는 또다른 의미가 함축돼있다. 굳이 없더라도 정확한 응답 서비스가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뉴스만이 정확한 정보를 생산하는 유일한 소스는 아니다. 영어권이라면 위키피디아를 가공해 적절한 응답을 내놓을 수도 있다. Q&A 플랫폼 쿼라와 제휴를 맺고 대응할 수도 있다. 실제 아마존 에코는 다양한 형태의 ‘스킬 키트‘(Skill Kit)를 제공함으로써 플랫폼 성격을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image Image : https://developer.amazon.com/public/solutions/alexa/alexa-skills-kit/docs/understanding-the-flash-briefing-skill-api

음성 서비스로서 뉴스에 대한 수요도 현재로선 희망적으로만 보기 어렵다. 아마존 에코는 집안·사무실이라는 특정 공간에서 입력 방식의 완전한 대체를 목표로 삼고 있다. 문제는 특정 공간이 뉴스 친화적인가이다. 가족이 공유하는 집안이라는 특정 공간에서 뉴스 서비스를 이용할 확률이 얼마나 높을지는 낙관하기 어렵다. 선호하는 언론사, 카테고리가 달라 오히려 뉴스 이용을 꺼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목소리를 식별하는 방식으로 멀티 아이디를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뉴스 이용률을 높이는데 기여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홈 비서 서비스의 킬러 콘텐츠는 단기 측면에서 예상하면 음악이 될 공산이 높다. 또한 시리의 사례에서 추정할 수 있듯, 날씨와 건강 정보가 주된 소비 콘텐츠가 될 수도 있다. 뉴스는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주목(Attention)을 확보해야 한다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 클로바와 국내 음성 뉴스 시장에 대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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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SKT의 누구, KT의 기가 지니 등이 서서히 고객을 확보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네이버의 클로바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 서비스를 폭넓게 활용하려는 네이버의 이해와 뉴스의 도달 범위를 확대하려는 언론사의 관심이 비교적 쉽게 맞아떨어질 수 있어서다. SKT, KT보다 뉴스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높은데다, 플랫폼 내 사용자 경험의 일관성이 유지돼왔다는 측면에서 언론사에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일단 플랫폼이 다양화하는 경향은 언론사에 어떤 식으로는 기회 요소다. 장기적으로 기술종속, 플랫폼 종속 문제를 해결해야 하겠지만 별다른 공을 들이지 않고도 뉴스의 도달 범위가 확장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영상이 아니라 음성이다. 페이스북의 영상 콘텐츠처럼, 먼저 진입해 시행착오를 겪은 언론사가 선점효과를 가져갈 것이다. 텔레그래프가 누가보기에도 너무 일찍 에코용 오디오 쇼를 제작한 이유가 아닐까 짐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