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블 박찬후 "상상할 수 있는 건 만들 수 있어야 한다"

[4층 사람들] #04. 긱블 CEO 박찬후

이미진 · 2017년 02월 24일

얼마 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경영 능력’이라는 말이 화두에 올랐다. 많은 이야기가 나왔는데, 유일한 공통 의견은 다음과 같았다.

‘스타트업 조직 내에 경영 능력이 뛰어난 구성원이 있는지 여부는 그 조직의 생존 및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

어떤 사람은 경영 감각과 기업가 정신이 타고나는 것이라 말하고, 다른 누군가는 훈련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좋은 경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견도 각양각색이다. 정해진 답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경영은 살아 숨 쉬는 분야니까. 그러나 좋은 경영이란 어떠한 것인가를 짚어보는 과정에서 드러커의 다음 말은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

“다른 사람들을 잘 경영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는 아직 완벽하게 알 수 없다. 경영자는 우선 자기 자신을 경영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지난 금요일, 긱블의 찬후씨와 인터뷰를 하던 중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창업 후에 가장 크게 느끼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였다.

“조금 개인적인 어려움들? 저 자신에 대한 어려움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흔들리면 회사가 흔들린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팀원들 앞에서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어떤 일이 생겨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다음 스텝을 내다보려고 애를 쓰죠. 사실 창업하기 전에는 이런 종류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 못 했는데, 요즘에는 제 내면을 다스리는 일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어요.”

드러커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자기경영'과 닿아 있는 대답이었다.


찬후씨는 고민이 많아지면서 리더십 관련 책을 자주 읽었다고 했다. 실제로 조금은 도움이 됐다며, 인상 깊었던 한 구절을 소개해 주었다.

“책을 읽는데 ‘내 옆에서 일하는 사람을 자원봉사자라고 생각해라’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그 말이 엄청 인상 깊었어요. 그래서 요즘 ‘이 사람이 나에게 해주는 모든 것이 감사하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팀원들을 대하고 있죠. (그게 잘 되던가요?) 네. 아직은 잘 돼요."

찬후씨의 말을 들으며, 그가 사업의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과 속도에만 집중하던 '예비 창업가'에서 서툴지만 기틀을 세우고 집을 짓는 ‘기업가'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새 슬로건도 생겼다. 긱블(Geekble)의 슬로건은 “상상할 수 있는 건 만들어야 한다”이다. 사람들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들을 만들어 내는 ‘메이커 미디어’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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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블은 현재 다양한 프로토타입 콘텐츠를 제작하며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목표 론칭일인 3월 초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치열하게 달리고 있다. 혹시나 ‘테크 엔터테인먼트 미디어’라는 소개에 관심을 가졌지만 공개된 콘텐츠가 없어서 실망했던 분들에게 이 인터뷰가 ‘긱블’이라는 브랜드를 엿볼 작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Q. 긱블 소개 좀 해주세요. 어떤 문제의식을 느끼고 출발한 곳인가요?
A. 긱블은 공학이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모인 미디어 스타트업이에요. 문제의식부터 얘기하자면 두 가지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첫 번째는 ‘우리나라 미디어에서 공학이 충분한 관심을 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해외에는 공학을 소재로 한 콘텐츠나 미디어가 꽤 있는데, 국내에는 거의 없어서요. 그런 곳이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었고, 더 나아가서 공학을 멋있게, 내부적으로는 ‘섹시하게’ 보여주자는 게 저희 팀의 목표가 됐죠.

두 번째는 좀 더 공대생의 관점을 반영한 건데요. 모든 학문이 다 그렇겠지만, 공학을 하며 느끼는 게 우리만의 무대가 없다는 거였어요. 전문지식을 공부해서 배워도 ‘우리가 뭘 바라보고 있나?’ 생각해 보면 항상 돈이 되는 걸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기술 자체보다는 이 기술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주로 한단 말이에요. ‘새로운 마이크로 프로세스를 만든다. 핸드폰 내장 칩을 개발해서 대기업에 납품한다.’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공학 기술 그 자체가 재미있고 즐거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우리만의 무대를 만들자고 생각하게 됐고요. 어떻게 보면 ‘패션’이라는 추상적인 게 런웨이라는 무대가 생기면서 하나의 산업이 됐잖아요. 공학의 공이 ‘만들 공’ 자인데 기술 그 자체, 만드는 것 그 자체를 쇼로 만들고 무대에 세우면 그것도 산업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무엇을 위한, 돈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그 순간 재미있고 사람들에게 박수받을 수 있는, 하면서 행복한 기술이요. 다른 의미의 기술이죠. 이게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했던 거고, 저는 그 시작을 당연히 미디어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Q. 평소에도 창업에 관심이 있었나요? 아니면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A. 네. 저는 ‘제 일’을 하는 걸 되게 좋아해요. 어디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어떤 사람이 창업할지 말지는 DNA에 박혀 있다.’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창업이 제 DNA에 박혀있는 것 같아요. 제 일을 만들어서 하는 게 제일 즐겁거든요. 생각해 보면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 종류가 “할까?”가 아니라 “언제 할까?”에 가까웠죠.

Q. 문제의식이 하루아침에 생긴 건 아닐 텐데, 지금 이 시기에 실행할 수 있었던 촉매제가 뭐였나요.
A. 여러 가지가 복합적이어서 하나를 딱 골라서 말씀드리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구글 뉴스랩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미디어의 중요성을 뉴스랩에서 깨달았거든요. 저는 밤을 새워서 뭔가를 만들고 거기에서 희열을 느끼는 전형적인 nerd인데요. 만드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이 즐거움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건 창업할 때 저희 멤버들이 제일 공감했던 내용이기도 한데요. ‘우리 학교 안에 이렇게 멋진 작품들, 놀라운 일들이 가득한데 이걸 다른 사람들도 알아주면 좋겠다.’ 딱 이 마음에서 출발한 거였어요. 특히 제가 뉴스랩 끝나고 미디어에 관심이 생기면서 해외 플랫폼에서 1인 방송을 해보며 경험을 쌓기도 했고, 교내 대회에서 아이디어로 수상하며 가능성을 살피다가 모든 게 시기적으로 잘 맞물려서 실행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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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긱블> 일환, 현성, 찬후, 수연, 지원, 유진

Q. 긱블의 다른 팀원들도 소개해 주세요.
A. 일단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점은 제 주위에서 가장 ‘짱짱한’ 분들을 모셔왔다는 거예요. 안되는 걸 되게 만드는 사람들이랄까요. 우선 저희의 키 플레이어이자 메이커 롤을 맡고 계신 현성님이 있고요. 무엇이든 뚝딱뚝딱 잘 만들어내는 분이에요. 일환 님은 만능인인데, 영상 편집부터 디자인, 음악까지 다 커버하세요. 유진 님은 유일하게 비이공계 멤버인데요. 실력도 뛰어나시고, 미디어 쪽과 관련해서 저희가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계세요. 수연 님은 조직에서 운영하고 협업해본 경험이 많아서 회사를 이끄는 데 큰 도움을 주고 계시고, 지원 님은 제가 해야 할 역할까지 꼼꼼하게 도와주며 매니징 해주고 계신 분이에요. 다들 찰떡궁합이죠. 너무 인터뷰용 대답 같나요? 진짜인데… :p

Q. 공대생이 아닌 일반 독자들이 즐길 수 있는 기술/공학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저는 음악을 작곡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작곡 자체는 조금은 전문적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그런 작사 작곡을 통해 태어난 음악은 모두가 장벽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자 콘텐츠가 되는 것처럼, 기술도 똑같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만드는 과정에서 재미를 다 같이 공유하기는 힘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온 작품이 우리 일상에서 이렇게 창의적이고 재미있게 활용될 수 있다는 걸 느낀다면, 일반 독자들도 분명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긱블이 말 그대로 ‘대박’ 난다면, 뭘 제일 먼저 하고 싶어요?
A. 상상만으로도 즐거운데… 서울에 사무실을 짓고 싶어요. 홍대랑 신촌 부근으로 좀 높은 빌딩. 밤에 어디서든 긱블 로고가 잘 보이게. (ㅎㅎ) 서울 중에서도 좀 놀만한 곳,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다 모여 있는 곳에 사무실을 얻고 싶죠. 그런 곳에서라면 기술로도 ‘버스킹’을 하거나 ‘쇼’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서 몇 시간이고 볼 수 있는 것을 만들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Q. 1년 뒤 긱블의 오늘은?
A. 저는 긱블을 통해서 1년 뒤 한국을 얘기하고 싶은데요. 얼마 전부터 ‘쿡방’이 엄청 유행하고 있잖아요. 1~2년 뒤에는 긱블이 계기가 되어서 ‘텍방’이 엄청 유행했으면 좋겠어요. 기술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그 앞에서 긱블이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얘기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