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츠 '스타일 가이드'가 스타트업에 던지는 시사점

흥미로운 점은 1장의 첫 페이지를 독자를 정의하는데 할애

이성규 · 2016년 12월 01일

케빈 딜레이니 쿼츠(Quartz) 편집국장과의 만남은 우연이었습니다. 블로터 채반석 기자를 통해 제안이 들어왔고, 덕분에 메디아티와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는 메디아티라는 존재조차도 모른 채 얼떨결에 집담회에 참석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게 맞을 겁니다.

메디아티 투자사 그리고 미디어 파트너들도 관심을 내비쳤습니다. 쿼츠에 대해 알고 있는 깊이가 천차만별이긴 했지만, 나름 영미권에서 내로라하는 유사 스타트업 미디어였기에 호기심은 저마다 갖고 있었습니다. 2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질문들이 오갔고, 완전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의 호기심도 충족할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케빈 딜레이니를 향한 질문은 쿼츠라는 조직의 운영, 교육 방식이나 콘텐츠 생산 프로세스에 집중이 됐습니다. 이날 집담회에 초청된 대부분 참석자들이 뉴스 미디어를 지향하는 스타트업을 꾸렸거나 꾸리고 있었기에 당연한 흐름이었죠. "백인 남성 위주의 콘텐츠 스타일이 많다는 인상" 등 쿼츠의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질문도 적지 않았습니다.

케빈 딜레이니가 한국의 뉴스 스타트업을 위해 쿼츠의 '스타일 가이드'를 공개할 수 있다는 발언은 이날 집담회의 백미였습니다. '과연 공개할까' 의구심을 가졌지만 그는 뉴욕으로 돌아가 이 약속을 지켰습니다. 외부 공개나 출판은 안된다는 전제를 달고, 이날 행사에 참석한 모든 분들에게 쿼츠의 스타일 가이드를 보내주셨죠. 지금부터 그 내용을 들춰보면서 얻게 된 몇 가지 교훈들을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독자는 어떤한 이들인가에 대한 구체성

image 케빈 딜레이니와 대담을 하고 있는 장면

케빈 딜레이니가 보내준 쿼츠 스타일 가이드는 표지를 포함해 36쪽으로 구성돼있습니다. 제목은 'Quartz style guide v2.0'입니다. 2014년 10월 2.0 버전으로 업데이트를 한 모양입니다. 1장은 '쿼츠(인)의 일반적 조건'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1장의 첫 페이지를 독자를 정의하는데 할애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역이나 성별과 같은 인구통계적 정보에 기반해 독자를 정의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쓰인 문구를 번역해 인용해보겠습니다.

"이들은 변화에 흥분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빠르면서도 변함 없는 이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모바일이나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을 위해 설계된 미디어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사물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어떤 감성과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멀리 떨어져있는 곳에서 발생하는 사건이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을 즐거워합니다.
그들은 정보과부하(information overload)에 익숙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중요한 것을 인식하도록 돕는 수단(things)을 좋아합니다. 그들은 깊은 사고를 할 수 있지만, 자신들의 관심을 짧은 구획으로 나누는 데 익숙합니다. 그들의 가정들이 도전받기를 바라지만, 말뿐인 것(glibness)들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그들은 다른 문화에 대해 배우기를 좋아합니다. 대신 서로 얼마나 다른가에 대해 놀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닮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독자를 정의한 문장에서 볼 수 있듯이 쿼츠는 그들이 타깃으로 삼는 독자들의 페르소나를 구체적으로 설정해두고 있습니다. 독자들의 관심 대상, 그들이 처한 환경과 조건, 그들이 사물을 대하는 태도에 이르기까지 정밀하게 조사한 흔적이 이 스타일 가이드에 담겨 있었습니다.

표적 독자 정의는 해당 미디어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최단 경로입니다. 특정 미디어가 어떤 이들에게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의가 구체적일수록 뉴스 생산 전략도 명확해집니다. 인구통계정보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표적 수용자를 정의해온 많은 국내 언론사나 뉴스 스타트업들에게 쿼츠는 '시장을 더 세밀하게 파악하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콘텐츠 생산 강령

쿼츠는 이 장에서 5개 항목의 생산 강령을 제시합니다. 1) 중요한 것과 흥미로운 것의 교차점에 있는 것을 써라. 2) 독자들의 시간을 존중해라. 3) 소셜하게 사고하라. 4) 모바일로 사고하라. 5) 글로벌하게 사고하라.

이 가운데 독자의 시간을 존중하라는 조항이 눈에 띄었습니다. 스타일 가이드는 "시간은 인터넷의 가장 희소한 자원"이라며 "우리는 뉴스 사이트, 앱, 게임, 영화, 음악, 소셜네트워크 등과 경쟁한다"라고 적고 있었습니다. 쿼츠의 경쟁자들이 단순히 뉴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밝힌 셈입니다.

맞습니다. 뉴스는 다른 다양한 콘텐츠들과의 주목 빼앗기 경쟁에 놓여있습니다. 그것은 곧 사용자의 시간을 점유하기 위한 경쟁입니다. 때문에, 독자에게 전달하는 뉴스는 전달하려는 바가 명징해야 하고 간명해야 하며 유익해야만 합니다. 이런 조건을 쿼츠는 어느 언론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건조한 객관, 진지함에 대한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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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목소리'라는 중간 제목 아래에 적힌 내용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항목의 첫문장은 "쿼츠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거대한 단일 조직(monolith)이 아니다"라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기자 개개인들이 각자 그들만의 목소리를 내는 걸 허용한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리고 6개의 하위 항목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 건조하고 중립적인 뉴스를 피하라. 읽을 때 지루하다.
  • 전문 용어를 사용하거나 문화적 레퍼런스를 알게 함으로써 독자를 잃지는 마라. 그렇다고 기본적인 지식을 설명하는 (글의) 맨 위로 가도록 하진 마라. 당신의 독자는 똑똑할 뿐 아니라, Google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고 있는 코스모폴리탄이다.
  • 독단적이거나 심지어 신랄해라. 그러나 말만 그렇듯하게 하지 말고, 경솔하지도 마라. 하지만 그것만을 위해 의견을 갖지는 마라. 자신의 지적 한계를 인정해라.
  • 유머는 분명 좋지만 그렇게 싸보이게 하진 마라.
  • 독자들에게 윽박지르거나 강의하거나 그들을 깔보지마라.
  • 개별 기사를 끝이 아니라 과정의 일부로 생각하라. 아무도 단 하나도 없습니다. 네가 할 수있는 말을하고 계속 나아가 라.

무엇보다 첫번째로 제시된 문구가 "건조하고 중립적인 뉴스는 피하라"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기계적 균형을 맞추기 위한 스트레이트 기사를 쿼츠는 지양한다는 메시지입니다. 어쩌면 모든 뉴스 스타트업이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원칙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이 문구는 뒤쪽 '공정하고 정확해라, 그리고 너의 팩트를 체크하라'에 포함된 일부 내용과 연결돼있는 듯 보였습니다. 인용하자면 "'말했다 저널리즘'과 같은 잘못된 객관성을 피하고, 대신 너의 주장을 공정하게, 너의 이유를 명확하게, 너의 근거를 분명하게 만들어라"입니다. 전통적인 스트레이트 기사쓰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새로운 저널리즘의 시작이며, 그것이 뉴스 스타트업으로 하여금, 더 많은 독자를 흡인하는 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스타일 가이드가 뉴스 스타트업에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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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영어로 기사를 작성할 때 유의해야 할 메타포나 단어 등 표기 준칙과 관련된 내용이 상당히 많습니다만 그 부분은 AP 스타일북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내용들이기에 여기선 생략합니다.

케빈의 말을 빌리면 쿼츠의 스타일 가이드는 기자들에 입사하면 가장 먼저 제공되는 자료라고 합니다. 처음엔 기데온 리치필드(Gideon Lichfield)가 너무 오래 붙잡고 있기에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했답니다. 하지만 막상 만들어놓고 나니 쓸모가 너무 많더라는 걸 알게 됐다더군요. 소개는 하지 않았지만, 공유가 많이 되는 기사의 유형 그리고 쿼츠 커브에 대한 내용도 풍성하게 담겨 있습니다.

빠르게 조직이 성장하는 단계일수록 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의 규칙을 매뉴얼로 정리해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초기에 획득한 제작 관련 노하우를 규범으로 안착시키고 이후 입사한 직원들의 조직 적응을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 미디어'를 지향하는 쿼츠는 창업 초기부터 이러한 작업을 놓치지 않았더군요.

36페이지에 불과한 짧은 문서이지만, 쿼츠가 창업 초기부터 어떤 고민을 해왔는지 대략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문서를 공유해주신 케빈 딜레이니 편집장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멀리서나마 전합니다. 이 짧은 소개 자료가 뉴스 스타트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가들에게도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