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가능성이란 무엇인가?

될성부른 미디어는 어떤 떡잎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는 그걸 알아볼 수 있을까?

박상현 · 2016년 10월 28일

어느 초보의 동영상

글을 시작하기 전에 아래의 동영상을 한 번 보자:

미국의 어느 10대 소년이 HP 파빌리온 랩탑 컴퓨터의 리모콘을 리뷰하는 동영상이다. 비디오에서도 이야기하듯, 이 아이가 처음으로 올리는 리뷰 동영상이다. 그런데 기왕 제품 리뷰를 할 거면 컴퓨터를 리뷰하지 않고 왜 아무도 관심없는 (컴퓨터에 딸려있는) 리모콘에 대한 리뷰를 했을까?

아이는 이 동영상을 새로 산 랩탑 컴퓨터에 붙어 있는 웹캠으로 찍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보여줄 수 없으니 랩탑에 딸려온 리모콘을 리뷰하기로 한 것이다. 아마추어다운 결정이지만, 이 소년의 "초보 티"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랩탑의 위치는 아마 거실 한 구석인 듯 한데, 빛이 들어오는 창문을 배경으로 비디오를 찍어서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다. 사진/비디오 촬영의 기본적인 지식도 없는 걸로 보아 이 아이는 이런 종류의 비디오 촬영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 후에 제작된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이 아이가 창문, 혹은 광원光源이 뒤에 있으면 안된다는 걸 깨닫기 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

하지만 5년 후, 이 아이는 구글의 수석 부사장 빅 군도트라로 부터 "지구상에 현존하는 최고의 테크 리뷰어"라는 극찬을 받게 된다. 바로 마커스 브라운리(Marques Brownlee)다. 이제는 'MKBHD'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브라운리의 리뷰는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리뷰 동영상의 교과서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우리는 저 어설픈 첫 동영상에서 훗날 그의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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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잎 알아보기

우리가 '스타들의 유년시절'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들은 애초에 뭐가 달랐을까?'하는 궁금증 때문이다. 잘 자란 나무를 못알아 보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떡잎, 혹은 씨앗 만을 보고 미래의 가능성, 혹은 잠재력을 발견하는 것이다.

물론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어려운 일이다. 브라운리를 모르는 사람에게 위의 비디오를 다른 무수한 초보 리뷰어들의 동영상과 함께 보여주고 "누가 훗날 세계적인 리뷰어가 될 것 같으냐"고 물어보면 다들 머리를 긁적일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떡잎이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Hindsight is 20/20"라는 말처럼, 현재의 브라운리가 가진 장점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초기 비디오를 보면서 '저 때 부터 이미 저걸 갖고 있었구나'하고 깨닫게 되는 포인트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브라운리의 초창기 비디오는 그가 가진 재능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내게 위의 동영상에서 훗날 브라운리의 성공을 암시해주는 대목을 하나 찾으라면, 나는 동영상이 시작한 지 7초 지점을 꼽는다. (그 장면을 놓쳤다면 글읽기를 잠깐 멈추고 다시 한 번 보라). 녹화를 시작한지 몇 초 만에 그는 자신이 찍고 있는 동영상에서 쓰고 있는 안경에 컴퓨터 화면이 반사되어서 자신의 눈을 가린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바로 안경을 벗는다. 첫번째 "학습"이 일어나는 장면이다. 브라운리는 그 비디오 이후로는 동영상 촬영 때 (적어도 어두운 환경에서 앞에 밝은 화면이 있을 경우) 안경을 쓰지 않는다.

브라운리는 훗날 위의 첫 동영상을 두고 "I had no idea what I was doing"이라고 하면서 웃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그 때 무엇을 알고 있었느냐가 아니다. 자신의 결과물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문제를 발견했을 때 바로 수정을 하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 것이 성장이다. 이건 말 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Iterate, iterate, iterate

고쳐야 할 점을 발견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초보에게는 고쳐야 할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브라운리의 첫번째 동영상을 비디오 전문가에게 보여주고 고칠 점을 찾으라면 아마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할 것이다. 그만큼 어설프고,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위의 경우 처럼 매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고쳐나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두 가지다: 전문가에게서 배우거나, 실행을 빠르게 반복하면서 고쳐나가는 것이다. 전자는 단기간에 끝날 수 있지만 소위 '경험치'를 쌓는 기회를 놓치게 되고, 후자의 경우 훨씬 튼튼한 실력을 쌓을 수 있지만 시간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어린 시절의 브라운리 처럼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면 선택은 무조건 직접 해보면서 배우는 것이어야 한다. 누군가에게서 배울 때는 가르치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배우는 것일 뿐, 실전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큰 조직이나 학원에서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내용은 미디어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자신 만의 스타일'을 발전시키기에 큰 장애가 된다. 결국 직접 해봐야 제대로 익힐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1만 시간의 법칙" 같은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 1만 시간은 학원에서 보내는 1만 시간이 아니라, 직접 해보는 1만 시간이다. (참고로 브라운리는 15살 때 위의 동영상을 처음 업로드 한 후 거의 2, 3일에 한 편씩 리뷰를 업로드했다. 그런 그가 제작에 쏟아부은 시간의 양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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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성장의 가능성은 '변화하는 방식'에 달려있다. 누구나 실수 투성이의 초보로 시작한다. 훗날 대가가 되는 사람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엉성한 작품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다른 어떤 사람들 보다 빨리 학습하고 적용하고, 변화하는 사람이며, 그런 변화과정을 누구보다 많이 반복하는 사람이다.

메디아티 4층에 입주하는 젊은 미디어 스타트업들에게 우리가 요구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