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후 오늘도 지금 여기, 닷페이스와 함께

4층 사람들 02. 닷페이스 이선욱

이미진 · 2016년 10월 26일

<4층 사람들>은 저희 Mediati 사무실에 서식하며, 이곳에서 먹고 졸고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저희 사무실이 4층에 있어 '4층 사람들'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인터뷰 콘셉트 및 주제는 그때 그때 필자 마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밝힙니다.


"어떻게 하다 미디어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메디아티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꼭 한번씩 묻게 되는 질문이다. 사람에 따라 다양한 답변이 나오지만, 열 명 중 세네 명에게서 꼭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저요? '넥저' 때문에요."

'넥저'는 블로터가 주최하고 구글코리아가 후원하는 넥스트저널리즘스쿨의 줄임말이다. 2015년에 시작된 넥스트저널리즘스쿨은 올 9월에 3기 수료생들을 배출했다.

닷페이스 Urban Earth 에디터인 선욱씨 역시 넥스트저널리즘스쿨을 수료했다. 그는 대학 4학년 때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하고, 이후 2년 동안 시사/교양 PD 공개채용을 준비했다. 하지만 준비 과정이 길어지고 회의감이 커지던 시기에 넥스트저널리즘스쿨에 참여하게 됐고, 교육이 끝날 즈음 '하던 걸 다 때려치워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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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저널리즘스쿨 이후 마음 맞는 친구들과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두 번을 망했고, 팀은 절반으로 쪼개졌다. 남은 세 명이 '뭐라도 해보자'하고 참여했던 것이 다이아TV에서 주최했던 공모전이었다.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발행하며 약 6주~8주 간 채널운영까지 겸했다.

선욱씨는 그 경험을 통해 '방송국이 아니라 여기에 있어야 겠다'라는 결심을 내렸다.

Q. 그 경험이 지금의 모습에 영향을 많이 미쳤나요?
A. 당연히 영향을 미쳤죠! 그것도 엄청 많이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닷페이스 활동도 같이 했거든요. 그런 활동들을 하면서 유튜브 생태계나 미디어 생태계에 대해 정말 많이 알게 됐어요. 저희가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은 완전 엔터테인먼트 쪽이었고, 닷페이스는 나름 저널리즘 쪽이었는데, 어느 쪽을 봐도 '내가 있을 곳은 여기지, TV 방송국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Q. 그러면 그 중에서도 '닷페이스'를 선택한 이유는 뭐였어요?
A. 컨텐츠를 만들면 만들수록 '엔터테인먼트 이상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졌어요. 유튜브도, 모바일 콘텐츠도 사실 종류는 굉장히 여러가지잖아요. 어떤 사명감 때문에 저널리즘을 해야겠다! 결심한 건 아니었어요. 다만 저희가 사는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닷페이스는 그걸 하는 팀이라고 판단한 거죠. 좀 막연한 얘기지만,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한테 자극을 주는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말초적인 자극이 아니라 슬픔이나 기쁨, 분노, 이런 자극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놓고 봤을 때 닷페이스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유튜브나 다른 곳에서 할 수 있는 것보다 많다고 생각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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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an Earth : 우리가 사는 이 도시를 우리 손으로 디자인하자.

선욱씨는 닷페이스 내에서 Urban Earth 카테고리를 담당하고 있다. 닷페이스 페이지에 들어가 스크롤을 조금만 내려 봐도, '에버랜드 북극곰 통키, 반려동물 축복식, 서울 버스 번호의 비밀' 등 참신하고 색깔 있는 콘텐츠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Urban Earth'는 어떤 카테고리인지, 어떻게 하다 이런 카테고리 명을 떠올리게 됐는지 물었다.

Q. Urban Earth는 어떤 카테고리인가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제가 닷페이스 들어올 때 조소담 대표랑 앉아서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 한참을 얘기했어요. 그러다가 비둘기 아이템을 던졌거든요. '서울에 비둘기가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 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아이템이었어요. 그렇게 동물 아이템을 처음 다루기 시작하면서 에버랜드 북극곰 통키 이야기, 유기견 이야기도 맡게 되고, 그러면 아주 막연한 의미의 환경, 생태 이런 얘기 말고 '도시와 직결되어 있는 동물이나 환경을 다루자' 결심하게 됐어요. 지금은 우리가 사는 도시를 우리 손으로 디자인 해보자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Q. 아이템을 기획할 때 주로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이야기를 발견하세요?
A. 저는 남들이 이전에 하지 않은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한 편이에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이미 활발하게 논의되는 주제에 대해서는 공부하려는 용도로만 담아두고, 이야기로 풀어야겠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아요. 아이템은 오히려 걸어다니면서 많이 발견해요. 저는 걷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여기저기 걸어다니면서 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편이에요. 예를 들면 지난 주에 나왔던 서울 버스 아이템도 '버스 번호가 왜 이렇게 되어 있을까?' 물어보다가 시작된 거고, 지금 하고 있는 'Desire Path' 아이템도 '여기에는 왜 횡단보도가 없는거지?'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거고요. 길을 걷다 눈에 띄는 게 있으면 무조건 찾아보고, 별로 활발하게 논의되는 주제가 아닐 경우에는 그때부터 '와, 이거 재미있는데? 신기하다!' 하면서 파기 시작해요. 아직까지는 사실 체계가 잘 잡혀 있지는 않고, 제 감이나 우연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감이 안 잡힐 때는 너무 힘들어서, 하루 빨리 이 체계를 잡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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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후 오늘도 지금 여기, 닷페이스와 함께

선욱씨에게 혹시 1년 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1년 후 오늘도 닷페이스에서 보내고 있을 것 같냐고. 조금은 망설일 줄 알았는데, 선욱씨는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네' 라고 답했다.

Q. 1년 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본 적 있어요? 1년 후에도 지금 이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나요?
A. 네. 하고 있을 거라는 건 확실해요. 다만 좀 더 '잘'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니, 더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진짜로' 잘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게 꼭 닷페이스에서였으면 좋겠고요. 만일 '10년 뒤'라고 물으셨으면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을 수도 있는데요. 1년 뒤라고 하면 어느 정도 확신이 있어요. 제가 지금 몸담고 있는 이 회사가 자리를 잡고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하고 싶거든요. 그리고 이건 1년 안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그 과정을 함께 하면서 저 스스로도 사람들에게 '이 사람은 새로운 화두, 새로운 문제의식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인식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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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혹시 가까운 지인이 미디어 스타트업 한다고 하면 추천할 건가요? 말릴 건가요?
A. 저는 추천하고 싶어요. 배울 수 있는 게 너무 많으니까요. 어제도 집에 가면서 '아, 이거 하길 진짜 잘했다' 생각 했거든요. 관료화가 잘 된 조직에서는 제가 담당하지 않았을 일들, 그래서 배우지 못했을 일들을 여기에서는 단기간에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일이 많아서 힘들 때도 있지만, 지나고 나서 보면 그 힘든 순간조차 소중하고 또 그만큼 성장했구나 싶어 신나더라고요. 물론 돈이 많이 급하다면 말려야 겠지만, '본인이 일을 정말 잘 하고 싶다,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는 마음이 있으면 저는 스타트업 추천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