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비판 1: 오해와 과잉

블록체인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현재 수준은 그 기술에 대한 기대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블록체인의 약속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강정수 · 2018년 01월 31일

국가 기관, 은행, 학교, 기업 등 다양한 기관(institute)은 거래를 장부(Ledger)에 기록한다. 은행 거래 기록 뿐 아니라 출생신고, 운전면허, 부동산 등기, 네이버 중고나라 거래 기록까지 신뢰할 수 있는 장부는 사회와 경제의 근간이다. 블록체인은 기관의 신뢰 기능을 기계로 대체하려는 시도다. 그 과정에서 블록체인 시스템은 (불필요하게 발생하는) 다양한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을 크게 축소시킴으로써 경제와 사회의 효율성을 그만큼 높일 수 있다. 이렇게 블록체인은 사회와 경제의 기본 운영 원칙을 바꿀 수 있는 거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블록체인이 약속하는 미래는 때문에 매우 달콤하다. 상상이 달콤할 수록 거품과 과열은 자연스럽다. 블록체인에 대한 거품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상상과 과열이 인류 사회를 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에 대한 자료를 읽고 이에 대한 이해를 시도할 수록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모순이 점점 눈에 띈다.

첫 번째 문제는 블록체인이 가질 수 있는 시장질서 파괴성(disruption)에 대한 주술적 사고(magical thinking)다. 여기서 주술적 사고란 특정 행위와 사건의 관계를 인과관계로 잘못 해석하는 행위를 말한다.

슘페터는 1942년 자본주의, 사회주의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창조적 파괴를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 창조적 파괴는 "산업 변동 과정이다. 이는 쉴새없이 경제 구조를 혁명화하는 과정이다. 과거의 경제 구조를 파괴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경제 구조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블록체인이 다양한 산업의 파괴적 혁신을 가능케한다는 주장에서 '파괴되는 경제 구조'에 대한 이해와 분석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이러한 주장이 담긴 글은 보다 조심스럽게 소비할 필요가 있다. 이미 세계 9대 은행은 2015년부터 블록체인 기술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운용회사인 머스크(Maersk)와 IBM은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국제 무역 플랫폼 운영을 시작하고 있다. 도요타, 폭스바겐, 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 등 자동차 기업도 앞다투어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질서의 '창조적 파괴'는 다소 과장된 주장이다.


그림 1: 블록체인 기술의 계보(출처: Arvind Narayanan & Jeremy Clark)

두 번째 문제는 블록체인에 대한 정의가 매우 모호하다는 점이다. 2017년 Narayanan과 Clark이 비트코인의 학술적 계보에서 훌륭하게 정리한 것처럼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는 크게 6개 기술에 기초하고 있다. 많은 기업과 스타트업은 이 6가지 기술 중 몇 가지를 선택하여 적용한 이후 이를 블록체인 기술이라 부르고 있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2017년 블록체인 기반 Estcoin 발행을 공식화했다. 중앙일보는 이를 코인 자본주의의 도래로 포장하고 있다. 엄밀하게 말해 에스토니아 정부의 블록체인은 블록체인이 아니다. 이는 블록체인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역사적 기술인 해쉬 트리 또는 머클 트리(Merkle tree)에 불과하다. Jerry Kaplan이 인공지능, 기계학습의 내러티브 남용 문제점에 대한 분석에서 주장한 것처럼, 블록체인과 코인은 '혁신'이라는 내러티브의 과잉에 직면해 있다.


그림 2: 인공지능, 기계학습, 블록체인의 내러티브 남용(출처: 12K Index)

블록체인은 하나의 단일 기술(singular technology)이 아니다. 6개의 다양한 기술 또는 기술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천재성은 비트코인을 구성하는 여러 기술(개념)의 발견이 아니라 6개의 역사적 기술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시키고 이 시스템에 생명력을 불어 넣은 점에 있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은 공적 또는 개방형(permissionless) 블록체인과 사적 또는 폐쇄형(permissioned) 블록체인으로 구별된다. 앞서 살펴본 세계 대형 은행, 머스크와 IBM 그리고 완성차 기업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모두 사적 또는 폐쇄형 블록체인이다.

세 번째 문제는 지금까지 밝혀진 공적 블록체인 기술 그 자체의 한계다. Preethi Kasireddy는 블록체인의 한계 영역과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개발자 및 과학자의 절박한 노력을 다음 8개 영역으로 소개하고 있다.

  • 1. Limited scalability: 개방형 블록체인의 참여자 모두는 모든 거래(transaction)를 기록 및 보관하는 작업에 참여한다. 모든 참여자의 탈중앙화된 합의 매커니즘(consensus mechanism)은 규모성 또는 규모의 경제 논리와 충돌한다. 거래에 소요되는 시간이 늦고, 낮은 산출력이 현재 수준의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이다. 그러나 Kasireddy의 다른 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희망은 있다.

  • 2. Limited privacy: 블록체인에 기록된 장부는 참여자 모두가 볼 수 있다. 참여자가 익명화될 뿐 거래 정보는 모두에 의해 분석 가능하다. 그리고 분석 가능한 방대한 정보가 있기에 참여자에 대한 직접 정보는 없어도 참여자가 누구인지 손쉽게 추론할 수 있다. 2015년 미국 검찰은 비트코인 거래 추적에 성공했다.

  • 3. Lack of formal contract verification: 이더리움의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는 훌륭한 아이디어다. 그러나 여기에 적용된 수학적 입증은 제3자에 의해 쉽게 공격받을 수 있다.

  • 4. Storage constraints: 공적 블록체인 참여자(node) 모두가 각자 기록을 저장하고 보관해아 한다. 그것도 무기한이다. 블록체인 스스로가 거대한 탈중앙화된 데이터베이스다. 저장 문제는 블록체인의 확산에 있어 최대 장애 중 하나다.

  • 5. Unsustainable consensus mechanisms: 블록체인은 신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참여자 각각에 대한 신뢰는 필요없다. 때문에 블록체인은 자치권(autonomy), 검열 저항성(censorship resistance), 허가가 필요없는 혁신(permissionless innovation) 등을 약속한다. 때문에 블록체인은 합의 프로토콜(consensus protocol)이라고 불린다. 이를 위해 블록체인은 작업 증명(Proof of Work)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작업 증명에는 세가지 문제점이 있다. 하나는 비교 우위에 있는 GPU와 CUP를 갖춘 참여자(node)가 작업 증명에서 유리하다. 다른 하나는 채굴의 거대화(mining pool)다. 모든 참여자(node)가 평등하지 않다. 마지막 하나는 막대한 전기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 전기 에너지가 재생 에너지가 아니라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또한 전기 에너지 가격이 저렴한 국가의 참여자(node)가 작업 증명 과정에서 유리하다. 요약하면 개별 참여자의 조건이 다르기에 블록체인의 합의 매커니즘은 평등하지 않다.


그림 3: 비트코인 채굴에 들어가는 년간 전기 에너지는 아일랜드의 1년 전기 에너지 소비량을 넘어서고 있다.(출처: Digiconomist)

  • 6. Lack of governance and standards: 신뢰를 필요로 하지 않고, 개방되어 있고, 허락이 필요없는 시스템을 꿈꾸는 일은 멋지고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그 누구도 업데이트, 패치 개발, 새로운 표준 결정 등을 책임지지 않는다.

  • 7. Inadequate tooling: 블록체인 기술은 뛰어난 개발자에게도 정말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이다. 블록체인을 유지하고 진화시킬 개발자 생태계가 형성되기 어렵다.

  • 8. Quantum computing threat: 퀀텀 컴퓨터가 현실화된다면 블록체인의 암호체계는 하루 밤 사이에 뚤릴 수 있다. 이는 아직 이론적 위협이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면 (공적) 블록체인 개념은 다양한 기술-크게 6가지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이 각각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복수의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 모두 극복하며 블록체인 시스템을 진화시키는 일은 결코 간단치 않은 도전이다. 여기에 사적 블록체인의 한계를 추가할 수 있다.

비트코인의 학술적 계보의 공동저자 중 한 명인 Arvind Narayanan은 또 다른 글에서 사적 블록체인(private blockchain)을 "압핀을 망치로 두드리는 꼴(like hammering in a thumb tack)"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질문이 생긴다. 진정 우리 기업에 또는 이번 프로젝트에 사적 블록체인이 필요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2017년 발표된 취리히 공대 Wüst와 Gervais의 논문에서 찾을 수 있다. 논문의 제목은 "Do you need a Blockchain?“이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꼭 필요하지 않다이다. Wüst와 Gervais에 따르면 Supply/Demand-Chain-Managment, Banking 또는 E-Voting 영역에서 사적 블록체인이 효율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영역에서도 사적 블록체인은 간단치 않은 제한성을 가진다. Wüst와 Gervais는 그들의 연구결과를 Flow-Chart로 제작하였다.


그림 4: 사적 블록체인의 필요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플로 차트 (출처: Wüst & Gervais)

Kai Stinchcombe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블록체인은 막대한 투자와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를 제외한 다른 영역에서 적용 사례를 찾지 못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가능성에 대해 최종 판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성급하다. 그러나 현재 블록체인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 단점을 넘어서는 수준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Preethi Kasireddy가 분석한 공적 블록체인의 8개 한계가 이후 기술 진화과정에서 극복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대한 가열과 열풍에 의해 그 의미가 과도하게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를 마케팅으로 활용하려는 다양한 시도들 또한 블록체인에 대한 깊이 있는 학술적 그리고 사회적 논의를 막고 있다. 블록체인이 약속하는(!) 다양한 메타포에 대한 향유가 다양한 칼럼을 통해 확산되고 있을 뿐이다. 블록체인의 미래는 블록체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현실적 프로젝트를 통해서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블록체인이 과연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혁명적 기술일까? 한국사회에 일고 있는 블록체인에 대한 컬트적 숭배는 분명 관련 기술에 대한 막대한 정부 및 기업 투자를 동반할 것이다. 그 결과, 블록체인에 대한 나의 의심이 잘못으로 판명될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블록체인 기술 가능성을 신뢰하는 주장들에서 발견 가능한 기술결정론에 대한 비판을 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