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아티 '나리님'을 아시나요? (2)

4층 사람들 08. 메디아티 김나리

이미진 · 2017년 12월 07일

'4층 사람들'은 저희 Mediati 사무실에 서식하며, 이곳에서 먹고 졸고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저희 사무실이 4층에 있어 '4층 사람들'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메디아티는 지난 10월 장충동에서 혜화동으로 이사를 왔지만, 운 좋게도 사무실이 여전히 4층이네요. 덕분에 메디아티 '4층 사람들'은 쭉 이어질 예정입니다.


혹시 영상IN힐링센터라고 들어봤는가?

메디아티 영성 치유 워크샵에서 힐링 받으신 분들의 그룹입니다.
영상IN이라면 누구나 가입 가능

영상IN힐링센터의 한 줄 소개다. 메디아티 영상 편집 워크숍에 참여한 영상인들이 자꾸만 '힐링된다', '치유 받는 기분이다'와 같은 피드백을 내놓자, 워크숍을 책임지고 있던 나리님이 '워크숍에 집중하고, 힐링은 여기서 (실컷) 해라!"라며 별도의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나 역시 영상 편집 워크숍 1기를 들으며 '힐링'이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썼다. 그때마다 '아니 여기에서 왜 힐링을?' 하는 표정을 짓던 나리님 얼굴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근데 1기에서 꿈틀대던 이 현상이 2기, 3기에서는 더 많이 두드러져 결국 '영상IN힐링센터'까지 탄생했다니.

imageimage

(이런 짤들이 올라오곤 한다.)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그리고 그들은 대체 왜 '영상 편집 워크숍'에서 힐링이 된 걸까?

영상편집 워크숍을 듣고는 유독 ‘치유받는 기분이다’ ‘힐링이다’ 말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사람들이 그런 말을 왜 많이 했다고 생각하세요?

"우선 저는 힐링 혹은 그와 유사한 감정을 느끼게 해드리려는 계획이 전혀 없었고요. 잘하면 잘한다, 마음에 안들면 안든다 솔직하게 하고 싶은 말을 했을 뿐이에요. 허허. 정말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마치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하였는데 왜 홍시 맛이 나냐고 물으시면 홍시 맛이 난다고 할 밖에.."

그래도 굳이 더듬어 보자면요?

"아,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듣던 중에 워크숍에 오는 사람들이 되게 지쳐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이거 해야돼’ '저거 해야돼’ ‘이게 문제야’ ‘남들은 이렇게 하는데 너도 이만큼은 해야지' 같은 말들. 특히 제대로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불안과 '해내야 하는데 해내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크더라고요."

"근데 저는 '해야 한다’는 것보다 '뭘 하고 싶나’를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일하는 사람으로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있고. 근데 이 분들은 뉴미디어라는 새로운 세상에 뛰어들긴 했는데 영상이라는 건 100년 전부터 존재해왔고, 이미 영화나 방송이라든가 화려한 기자재를 다루며 오랫동안 일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러니까 자기들이 뭔가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생각을 자꾸 하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 장비가 발전하면 할수록 어떻게 접근하느냐, 내가 이걸 왜 하고 싶냐, 어떻게 하고 싶냐를 묻는게 중요하지, 내가 이걸 해야 하나? 잘 하나?를 묻는게 중요한 건 아니거든요."

image

"여기 왜 왔어요?" 라고 물어봤더니,
사람들이 자기 얘기를 시작하는 거예요.

"처음에 저는 "왜?"를 물어보면 여기에 왜 왔나요?에 대한 답을 할 줄 알았거든요. 왜 이 수업을 들으러 왔나? 전 이런 질문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런 질문을 많이 안 받아봤던건지, ‘왜?’를 물으면 자꾸 자기 얘기를 하는 거예요. 왜 자기가 영상을 하고 싶었는지."

"'너 뭐할건데? '언제까지 할건데?' '너 이거 다룰 줄 알아?' '잘 해? 쟤네보다 잘 할 수 있어?'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많이 하며 지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왜 하냐, 무엇을 하고 싶냐, 뭘 좋아하냐 이런 질문들. 느껴보라는 말. 그런 말 들을 기회가 별로 없었던 거예요.

근데 저는 그런 교육을 받았으니까, 제가 배운게 그거니까 그냥 그런 교육을 한 거예요. 저는 영화학교에서 느끼는 훈련을 받았고 예술적으로 접근하는 법을 교육받았기 때문에 그 방법을 사람들에게 썼을 뿐인데, 희한하게 그게 사람들에게 힐링이 된 거죠. 그래서 나중에 알았죠. 이런 교육이 한국에는 거의 없다는 걸."

imageimage


원래 미디어 스타트업은 ‘1도 모른다’고 표현하셨잖아요. 정말 하나도 모르겠다고. 지나보니까 어떠세요? 정말 그렇게 다르던가요? 여전히 하나도 모르겠어요?

"그거에 대해서는 버전이 두 개가 있는데요. 우선 버전 1은 여전히 1도 모르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사람들에게 멘토링을 해야 하는 역할이 되거나 직접 기획해야 하는 역할을 맡을 때면 늘 어려워요. 둘 다 1도 모르겠거든요. 그래서 어떤 방법을 쓰기로 했냐면 '그 사람이 잘할 수 있는 걸 먼저 믿자.' 그 다음에 '내가 도울 수 있는 걸 돕자'라는 걸로 많이 굳어졌죠."

"버전2는 영화나 미디어 스타트업들의 콘텐츠나 별로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는 건데요. 영화를 만들 때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맨날 무슨 얘기 할 것 같으세요? 놀랍게도, 영화 만드는 사람들은 사실 관객 얘기밖에 안해요. 그냥 생각할 때는 우리가 무엇을!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하고! 이 영화의 숨겨진 메시지는 뭐고! 이런 얘기 할 것 같잖아요. 근데 계속 관객 얘기밖에 안해요. 상업영화를 만들 때는 당연히 관객이 중요하잖아요. 근데 소수의 관객을 위한 아트하우스 영화도 마찬가지에요. 영화하는 사람들끼리 앉아서 맨날 관객, 관객, 관객 얘기만 해요. '관객'이라는 단어를 끊임없이 얘기하고 관객이 어떤 사람들인지 생각하고 우리 관객이 이걸 봤을 때 어떤 느낌을 가질지, 그 얘기를 계속 해요."

"아무튼 저는 영화와 뉴미디어 콘텐츠가 되게 다르다고 생각했거든요. 뉴미디어는 일단 길이가 훨씬 짧죠, 실수들 생각하느라 시간 너무 오래 쓰면 안되죠. 난 이런 감각이 없는데 이걸 어떻게 하지, 생각했는데 여기에서 이 일을 하면서 이 콘텐츠들의 관객은 누구지? 생각하다 보니까 저도 그렇게 하게 되더라고요."

imageimage

"오디언스가 누구인지 잊지 않고, '이 사람이라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작업하면, 어떤 분야의 영상이더라도 그에 맞게 변화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걸 알게 된 게 저한테는 감동의 순간이었어요."

"관객이 누구인지 생각하면 모든게 되게 분명해져서, 왜 사람들이 맨날 타깃 오디언스, 타깃 오디언스 하는지 알겠다 싶었어요. 누가 보는지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많은 것들이 풀리는구나 스스로 많이 느꼈죠."


정수님은 어떻게 만나셨어요?

"저는 정수님과 베를린의 한 사회과학 공부 모임에서 만났어요. 물론 그 전에도 본 적은 있죠, 데모 현장 이런 데서. (웃음)"

"그때의 저는 정말 뭘 잘 모르던 애였어서, 정수님처럼 많이 알고 자기 의견을 똑똑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보는게 되게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정수님을 많이 존경하게 되기도 했고요. 아는 것도 많고 말도 너무 잘하고. 저는 어렸을 때니까 독일에서 늘 예술만 생각하고 딴따라로 살고 있었는데, 그렇게 자기 생각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을 본다는 게 되게 충격적이었고 '다른 식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정수님도 저같이 되게 나이브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보니까 가르쳐주고 싶었나봐요.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이 책 읽어봐라-부터 시작해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보라며 소개도 해주시고. 예술/문화에 관련된 자신이 아는 거의 모든 사람들을 소개해주셨죠. 같이 만나는 것도 아니고 둘만 만나라고 하고.(웃음) 근데 거기서 제가 정말 많이 배웠어요. 일 년에 한두 번 한국 나올 때마다 정수님 도움 받으면서, 많이 성장할 수 있었죠."


주말이 지나면 베를린으로 돌아가시잖아요. 가장 그리운 게 뭔가요?

image

"니모.."

제가 그럴 줄 알고 니모 빼고, 라고 적어왔습니다. 하핫

"그래요? 치밀한데요?"

"음.. 그렇다면..제 발코니요! 발코니의 제 식물들. 사진 보여드릴까요? 여기 보시면 토마토도 열려 있고, 잘 안 보이지만 니모의 호텔도 있고요. 저희가 5성급 호텔이라고 부르는 곳이에요. 하얀색 파라솔 설치해서 여름에는 책도 읽고. 상추랑 깻잎도 있고요. 커피콩도 심어놨어요. 얘는 불 들어오는 토끼. 지금처럼 추운 계절에는 사실 발코니에 못 있어서. 그래도 저희는 꿋꿋하게 나가있죠. 날이 정말 추워질 때까지. 여름에는 아예 집안에 안 들어가서, '와! 우리집 이렇게 넓은데 나는 이 좁은 발코니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는구나' 싶을 때가 많아요. 그러다 발코니가 답답해지면 공원으로 기어나가는 거죠. 공원에 가서 책도 읽고 일기도 쓰고. 이 발코니가 그립네요. 아아, 내 발코니."

imageimage


이제 베를린에 가시면 한참 후에 오시잖아요. 메디아티에 다시 올 때까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메디아티의 특징, 분위기 같은 게 있나요?

"일단 공간을 옮기잖아요. 장충동에서 혜화동으로. 저는 사실 일할 때 어떤 사람들이 같이 있냐도 되게 중요한데 공간의 배치나 공간 자체가 사람에게 주는 에너지나 영향력도 되게 크다고 믿거든요. 그래서 샘터로 가고 나서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갖게 될 에너지가. 제게는 그곳에 간다는 게 메디아티가 좀더 시스템화 된다는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그것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예전처럼 세심하게 느끼고 함께 고민하는 게 무뎌지지 않을까 걱정도 돼요. 저는 우리가 그런 처음의 감이랄까, 마음을 계속 갖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image

"노하우나 경험이 쌓이면서 팀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도움을 주되, 다른 모든 부분에 있어서는 계속 우리의 ‘처음 그 마음'을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서로 헤어질 때가 되거나 사람들이 나가면 슬프기도 하고, 상처도 받잖아요. 안 내보내고 싶고, 빈 자리 느껴지고. 이런 걸 옆에서 되게 많이 봐왔거든요. 그래서 제가 지켜봤을 때는 새로운 팀들과 시작을 할 때도 완전히 새롭게 시작한다기보다 늘 마음에 무거운 돌을 안고 시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렵겠지만, 샘터에 가면 새로운 공간과 함께 다시 한 번, 메디아티를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면 좋겠다, 그런 바람?"

"제가 메디아티에서 좋았던 부분이 그거였던 것 같아요. 다른 데서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들, 시스템화 되어 있으니까 그냥 넘기자 했던 것들도 하나하나 같이 짚어보고 그렇구나, 아니구나 할 수 있었던 분위기."


장비를 깨끗히!

image

"아, 그리고 샘터에 가면! 이 부분은 꼭 적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사람들이 장비를 제발 깨끗하게 쓰고 깨끗하게 돌려놨으면 좋겠어요. 장비 리스트에도 꼭 적고."

"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