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Rule ① 브랜드 = 미디어

신생 아웃도어 브랜드 Huckberry의 성공이 미디어 산업에 주는 의미

박상현 · 2017년 11월 27일

최근 청와대는 출입기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새로 바뀐 정부에서 뉴미디어실이 페이스북 생중계 등을 통해 기존 언론을 거치지 않고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청와대가 직접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어서 자신들이 정보에서 배제된다고 항의한 것이다. 그동안 청와대의 소식을 독자와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해온 언론사 기자들의 눈에는 청와대의 뉴미디어실의 역할 확대가 궁극적으로 자신들과 경쟁하는 새로운 매체가 탄생한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플랫폼의 전성시대The Rise of Platform

하지만 청와대의 그런 행보는 최근의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서 그다지 낯설지 않다. 현대자동차는 'HMG 저널,' 'HMG TV' 같은 채널을 만들어서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고객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고, 코카콜라는 'Coca Cola Journey'라는 브랜드 저널을 운영하고 있다. 미디어가 브랜드의 광고나 홍보를 대행해주는 댓가로 콘텐츠를 무료에 가깝게 유지하는 전통적인 모델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전통 미디어를 압도해버린 요즘 시대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 문제는 생사가 걸린 미디어의 문제만도 아니다. 기업으로서는 도달숫자도 증명되지 않는 매체에 한정된 광고, 홍보비용을 쏟아부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그러면 어쩌라는 말이냐이다. 현대와 코카콜라 같은 기업이 자체 채널을 만든 것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지만, 완벽한 정답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방법을 타진하는 시도, 혹은 자구책에 가깝다. 그들의 채널이 충분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증거도 아직 없고, 비용면에서 기존의 미디어를 통한 광고, 홍보를 완벽하게 대체하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와비파커는 잊어라Kicking Warby Parker's Ass

스타트업을 연구하는 매튜 캐롤은 2011년에 만들어진 아웃도어 브랜드 헉베리(Huckberry)를 소개하는 장문의 보고서에서, 재작년, 미국에서 애플과 구글을 누르고 최고의 혁신기업으로 뽑힌 안경 회사 와비파커(Warby Parker)를 넘어서는 새로운 모델이 나타났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가 흥분하는 이유는 헉베리는 아웃도어 상품을 파는 브랜드이지만, 그 포커스는 제품이 아닌 콘텐츠에 있다는 것이다. 헉베리의 웹사이트(Huckberry.com)에는 'The Journal'이라는 코너가 있는데, 여기에 실리는 기사들은 일반 매거진에서 만날 수 있는 퀄리티의 글과 이미지가 실린다.

물론 비슷한 시도는 전에도 있었고,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예를 들어, 여성들을 타깃으로 뷰티와 패션 등의 상품을 판매하는 웹사이트 goop.com의 경우도 각 섹션 (city guides, recipes, beauty, wellness, etc.)은 스폰서 콘텐츠를 넘어서는 읽을 거리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블로그나 뉴스레터를 가지고 있는 상거래 업체들이 물건을 팔기 위해서 방문자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한다면, 헉베리는 "매거진을 운영하기 위해서 물건을 판다"는 말이 나올만큼 수준 높은 콘텐츠를 만든다.

사람들은 사야 할 이유가 필요하다Give People Reasons To Buy

리테일에서의 스토리텔링은 제품의 질 보다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에게 스토리가 정교하게 어필하는 순간, 심리적인 장벽이 무너진다. 왜 사야하는지 수긍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테일 매장의 블로그들의 거의 대부분 실패하는데, 그 이유는 다른 매장들은 블로그를 자신의 브랜드나 팔려는 상품을 프로모션하는 도구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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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헉베리는 기사를 기사로만 취급하는데, 그 이유는 기사의 역할을 독자의 마음 문을 여는 것에만 국한하기 때문이다. 즉, 헉베리 저널의 기사는 브랜드 터치포인트(touchpoint)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오, 얘네들 멋진데?'라는 기억만 하게 한 후, 이메일이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 다시 만날 때 마다 계속해서 흥미로운 기사나 이미지로 가상의 신뢰점수를 쌓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헉베리는 물건을 판매하는 것 보다는 소비자들이 왜 특정 상품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왜 사야 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라는 점이다. 이러한 전환은 사람들 눈에 금방 띄지 않을 수 있다. 위에서 말한 goop.com이나 다른 매장에서도 흥미로운 콘텐츠는 눈에 띄며, 일반 매체에 들어가도 스폰서 콘텐츠는 흔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컨텐츠의 생산을 외부 매체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직접하고, 컨텐츠가 '곁다리 상품'이 아니라 핵심 서비스로 만들었다.

사라진 경계Broken Down Barriers

이 아이디어의 전환은 작아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헉베리 웹사이트의 클릭율은 업계 평균의 3배를 넘고, 구독자 수는 설립 이후로 가파른 상승을 해서 현재 1백5십 만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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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베리의 성공은 미디어나 상거래, 어느 한 쪽에 무게를 두지 않았을 뿐 아니라, 둘 사이의 경계가 있다고 처음부터 가정하지 않는 발상의 전환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한 전환 덕분에 판매와 미디어 어느 한 쪽이 다른 하나를 압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웹사이트에서 기사를 소비하다가 제품을 구매하고, 다시 찾아와 기사를 소비하는 세심한 동선을 설계할 수 있었다.

또한 이 회사가 2011년에 출범한 신생 브랜드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만약 Gap이나 Abercrombie & Fitch처럼 상거래에 깊숙히 뿌리를 내린 후에 미디어를 추가했다면 이미 굳어진 조직 내에서 콘첸츠를 생산하는 부문이 이만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헉베리가 등장한 미국의 아웃도어 시장은 이미 LL Bean, Patagonia, Eddie Bauer 같은 전통의 강자들이 다투는 시장이었고, 그들도 스토리텔링의 힘을 깨달았지만, 신생 브랜드 헉베리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짧은 시간 내에 끌어올 수 있었던 것은 설립자들이 백지에서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New Rule ② 제품 = 스토리'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