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픽 노예가 된 미디어 산업과 Axios 창업(등장)

폴리티코 공동 창업자 짐 반더하이 2017년 론칭... "보편적 관심 다루는 언론 사라질 것" 주장도

이성규 · 2017년 11월 22일

Axios와 반더하이의 미디어 혁명

image 짐 반더하이

1971년생. 45세의 젊은 미디어 창업가가 10년 만에 또다시 실험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워싱턴포스트, 폴리티코까지, 굵직했던 지난 10여년의 과거를 과감하게 뒤로 물리쳤다. 폴리티코는 2007년 해리스와 함께 창업했던 고향과도 같은 언론사 아니었던가. 그럼에도 그는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디지털 미디어의 미래가 다른 곳에 있다고 그는 확신했다. 후회없이 밀어냈고 과감하게 감행했다.

사실 반더하이가 폴리티코를 떠나기로 한 시점은 대략 2016년 1월께다. 몇몇 매체를 통해 그가 로버트 애브리튼과 관계가 틀어졌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참고로 로버트 애브리튼은 폴리티코 창업 당시 자금을 지원했던 워싱턴의 소문난 억만 장자다.) 폴리티코의 미래 전략을 놓고 반더하이와 애브리튼이 충돌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결국 폴리티코는 애브리튼이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를 공개했고, 반더하이와 결별도 공식화했다. 백악관 출입인 마이크 앨런과 COO인 슈워츠도 반더하이와 함께 폴리티코를 떠나기로 했다.

폴리티코는 그래서 Axios가 딛고 있는 아픈 발판이다. 반더하이가 손수 키워낸 미디어였지만 이젠 손수 지워야 할 미디어가 됐다. 정치라는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두 매체는 경쟁관계에 있다. 광고를 놓고도 두 매체는 격렬하게 싸워야 할 처지기도 하다. 어찌됐든 Axios는 반더하이에겐 폴리티코 2.0이며, 동시에 디지털 미디어의 2세대 버전이다.

반더하이의 문제의식 : 클릭 저널리즘의 ‘쓰레기 트랩' 걸린 미디어 생태계

반더하이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 새로운 혁명이 시작돼야 할 시점이라고 자주 강조해왔다. ‘Crap Trap’이라는 표현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반더하이는 디인포메이션 기고문에서 이 단어를 수차례 사용했다. 디지털 미디어가 크랩 트랩에 걸려 허우적대고 있다는 것이다. 직역하자면 ‘쓰레기 트랩'. 클릭 저널리즘이라는 용어가 유행할 정도로 디지털 미디어는 트래픽의 노예가 된 지 오래다. 특정되지 않은 독자를 향해 DDoS 공격처럼 클릭 유발 콘텐츠를 마구 뿌려대고 있는 현실을 반더하이는 꼬집고 있다.

그는 극단적이긴 하지만, ‘보편적 관심'과 특정되지 않는 대중을 상대로 한 미디어는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표현을 인용하면 “타임과 뉴스위크와 같은 보편적 관심을 다루는 잡지? 사라질 것". 비단 잡지뿐 아니라 종합일간지들의 운명도 그리 다르진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1년 반 전 그의 예측대로 타임은 매각될 상황에 처했고, IBT에 인수된 뉴스위크의 미래도 여전히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의 지적은 한국 언론에 대입해도 어긋나지 않는다. 이미 국내 언론의 다수는 크랩 트랩에 걸려 허우적대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로 드러난 각종 트래픽 지표의 순위 경쟁에 매몰돼 그 너머의 미래를 구상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이 트랩에 갇히게 되면 벗어나기가 힘든데 이유는 지속적으로 흘러들어오는 캐시(cash) 때문이다. 클릭 경쟁을 멈추는 순간 돈의 흐름이 멈추고 조직 운영이 위협받는 상황으로 치닫을 수밖에 없다. 미래를 위한 과감한 단절은 지체되거나 포기될 수밖에 없다.

그의 해결책 : Smart Bre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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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더하이의 대안은 간명하다. 가치(Value) 있는 콘텐츠의 생산이다. 여기서 가치란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가치다. 이 뻔한 답변에 그의 전략이 담겨 있다. 그는 창의적인 기업은 독자들이 더 영리해지고 삶을 더 편안하게 영위할 수 있고, 더 즐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기자들은 그들을 쓰고 싶은 글쓰기를 멈추고 독자들이 읽고 싶어하는 방식(것)의 글쓰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자들이 그 제품을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다면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라는 논리다.

Axios의 전략도 이 연장선상에 존재한다. Axios 선언문에는 반더하이의 구상이 명확하게 담겨있다.

  • 독자 우선
  • 우아한 효율성
  • 항상 현명함
  • BS를 판매하지 않기
  • 현명한 간결성
  • 항상 최상

위 선언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시피, Axios는 독자 우선 전략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그리고 전통적인 광고 모델을 버리고 우아한 네이티브 광고과 구독료를 수익모델로 선택했다. 현명한 간결성은 미션과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Axios의 콘텐츠 방법론이다. 길고 지루한 글쓰기를 좇지 않고 핵심만 간명하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Axios의 기사를 보면, ‘Why It Matter’처럼 독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지점을 볼드로 표기해 간결하게 전달한다. 독자들이 기사의 중요 정보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스크롤을 조작할 필요가 없다. 독자들은 마치 긴 보고서의 요약문을 읽고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된다.

네이티브 광고는 별도의 섹션을 마련해 시리즈물로 제작하고 있다. Smarter Faster는 JP모건과 함께 제작하는 네이티브 광고 시리즈물이다. 기사들이 모여있는 카테고리에서 분리돼 more 라는 메뉴 아래에서 제공되고 있다. 네이티브 광고 중심의 수익 전략은 그들의 플랫폼 활용 전략에도 영향을 미쳤다. Axios는 론칭 초반부터 애플 뉴스를 통한 유통에 집중해왔다. 애플은 언론사의 요구에 상대적으로 유연한데다, 네이티브 광고에 대한 정책도 개방적이어서다.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이나 구글 AMP는 그들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이러한 유통 전략에도 Axios는 9개월 만에 월 600만명이 방문하는 사이트로 성장했고 뉴스레터 독자도 20만명이나 모았다. 폴리티코 플레이북이라는 뉴스레터를 성공시켰던 마이크 알렌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창업했던 폴리티코의 월 순방문자 2000만명에 비하면 아직 1/4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불과 9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라고 한다면 해석은 달라질 수도 있다. 물론 ‘규모를 위한 규모'를 쫓진 않겠다고 했지만, 수익모델을 작동시키기 위한 적절한 (독자)규모의 구축은 이들에게도 분명 과제일 수밖에 없다.

Axios의 목표 : 사람들이 주목하고 시간을 할애하며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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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더하이는 뉴스 서비스가 채 시작되기도 전인 2016년 여름 1000만 달러를 투자받는데 성공했다. 미디어 전문 투자사인 러러히포벤처스가 그의 창업을 적극 지원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올해 11월에는 2000만 달러를 추가로 유치했다. 뉴스 서비스를 시작한 지 겨우 1년 정도된 미디어 스타트업에 무려 3000만 달러라는 투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이다.

물론 반더하이라는 출중한 미디어 전문가가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Politico의 수익 성장세 만들어낸 로이 슈워츠(Roy Schwartz)도 한몫 했을 것이다. 로이 슈워츠는 폴리티코의 수익을 프린트 중심에서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장본인이면서 동시에 Politico Pro라는 구독 기반 서비스의 성공을 일궈냈던 미디어 비즈니스 ‘베테랑'이다. 반더하이의 탁월한 미디어 감각, 폴리티코의 성공 경험 그리고 슈워츠의 비즈니스 노하우가 만나면서 설립 초반 대규모의 투자금을 이끌어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현재 서비스되는 형태만 봤을 때 간결한 요약 중심의 콘텐츠 스타일을 제외하면 Axios만의 특별함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모바일과 소셜에 최족화된 사이트의 구조도 그렇게 색다르진 않다. 다만 모바일이라는 소비 구조 속에서 독자들에게 최적화된 콘텐츠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는 스토리구조 실험은 평가받을 만하다. 여기에 곧 시작될 구독 기반 서비스의 출범까지 더해진다면 Axios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Worthy’. 가치가 있는 콘텐츠는 미디어 신뢰의 위기 속에서 신생 미디어가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 조건이자 해결책이다. 앞으로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는 신뢰와 가치의 경쟁 구도로 재편될 것은 분명하다. 트래픽과 콘텐츠 양으로 승부하며 수익을 얻어왔던 호시절은 곧 저물 것이다.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플랫폼들도 더욱 고신뢰 고품질의 콘텐츠를 조달받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감행할 것이다.

해외든 국내든 독자들은 볼 가치도 시간을 내어줄 의미도, 자산의 삶에 도움도 되지 않는 뉴스와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껴왔고 대안을 갈구해왔다. “사람들이 주목하고 시간을 할애하며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만을 제공하겠다”는 Axios의 해결방안과 목표가 빛나 보이는 이유다. 뉴스를 생산해온 기자라면 저 과제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